[우크라 침공] 영국 총리가 받은 도자기 수탉은 저항정신 상징

입력 2022-04-11 02:54   수정 2022-04-11 17:56

[우크라 침공] 영국 총리가 받은 도자기 수탉은 저항정신 상징
보로댠카 러시아 공격에도 멀쩡히 살아남아
폴란드에서 기차로 이동…우크라 대사관이 일정 먼저 공개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한 시민은 길에서 만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도자기 수탉 주전자를 하나씩 선물했다.
존슨 총리는 수탉 주전자를 받고 와인용인지 물을 담는 용도인지를 물었는데 사실 이 주전자는 기능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10일(현지시간) 도자기 수탉 주전자가 러시아군 공격에도 멀쩡히 살아남아 우크라이나 저항정신의 상징이 됐다고 전했다.
이 주전자는 키이우 인근 소도시 보로댠카에서 발견됐는데,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보로댠카는 다시 모습이 드러났을 때 처참한 상태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보로댠카 상황이 민간인 집단학살 의혹이 있는 부차보다 훨씬 나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층 아파트들이 무너져 잔해만 남았고 인명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그나마 남은 아파트 벽면에 아슬아슬하게 부엌 찬장이 붙어있고 그 위에 수탉 주전자가 온전하게 놓여 있었다. 이는 1895년생인 유명 우크라이나 조각가가 처음 디자인한 제품이다.
러시아군 공격을 이겨낸 수탉 주전자 사진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져나가며 큰 호응을 얻었다.

존슨 총리는 9일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길거리를 함께 걸으면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큰 환대를 받았다.
존슨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장갑차 120대 등 1억파운드(약 1천600억원) 규모의 군사원조 등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전부터 키이우 방문을 기획했으나 안전 우려 때문에 추진하지 못하다가 최근 러시아군이 주춤한 틈을 타서 움직였다. 러시아 침공 후 키이우 방문은 주요 7개국(G7) 정상 중에 처음이다.
존슨 총리는 폴란드에서 기차를 타고 이동했으며 키이우에 가는 데 최소 14시간은 걸렸을 것이라고 텔레그래프지가 전했다.
우크라이나 철도 대변인이 이날 공개한 영상에서 존슨 총리는 우크라이나 철도 직원들이 러시아 공격에 맞서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추켜세웠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사자의 용기를 보여줬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자의 포효를 들려줬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 방문은 그가 전쟁 지역을 완전히 빠져나올 때까지는 비밀에 부칠 예정이었지만 주영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일찍 알려버렸다고 메일 온 선데이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트위터에 양국 정상이 대화하는 사진을 올리고 웃는 이모티콘과 함께 '깜짝'이라는 글을 적었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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