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 "원자잿값 폭등했는데 대기업 납품가는 그대로"(종합)

입력 2022-04-11 12:11  

중소기업계 "원자잿값 폭등했는데 대기업 납품가는 그대로"(종합)
중소기업 단체 "단가조정 안 되면 생산중단 불가피" 호소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 설치 요구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최근에 계산해보니 레미콘 원룟값이 약 20% 올랐습니다. 하지만 건설회사에서는 납품단가를 단 한 푼도 올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달 말까지 납품가가 조정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11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납품단가 제값 받기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최근 원자잿값 급등에 따른 중소기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이같이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창호커튼월협회 등 18개 중소기업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는데도 대기업이 납품 대금에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병조 창호커튼월협회장은 "건설사와의 계약기간은 1∼3년인데 최근 창호·커튼월 프레임의 주 소재인 알루미늄 가격이 2배가량 올라 엄청난 손실을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정한성 한국파스너공합협동조합 이사장은 "작년에 원자잿값이 3차례에 걸쳐 인상됐는데 이에 따른 납품단가 조정도 70∼80%밖에 이뤄지지 못했다"며 "올해 또 원자잿값이 급등해 납품가격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납품단가를 올려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매출의 80%를 대기업에 의존하다 보니 감히 납품단가 얘기를 꺼냈다가 거래가 끊길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은 "대기업에선 납품단가를 더 낮게 맞춰주는 다른 업체와 계약해버릴 수 있기 때문에 하청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인상 요구를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성진 청송건설 대표는 "건설자재비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지 않으면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했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지난달 28∼31일 중소기업 304곳을 대상으로 시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5.2%는 2020년 이후 현재 원자잿값이 급등해 경영 여건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하지만 원자잿값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모두 반영 받았다는 업체는 전체의 4.6%에 그쳤다.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아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응답률은 49.2%에 달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대금에 반영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관행적인 단가 동결·인하' 응답이 73.5%였다.
중소기업들은 앞으로 원자잿값 상승분이 납품 대금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 생산량 감축(41.9%) ▲ 일자리 축소(32.9%) ▲ 공장 폐쇄(9.6%) 등으로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결의 출발점은 납품단가 현실화"라며 "새 정부에서 반드시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고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김 회장은 새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폐지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소통했는데 중기부는 절대 없어지지 않고 장관도 분명히 임명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강조했다.
yo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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