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세력이 정권 교체 음모" 반발…새 총리는 11일 오후 선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임란 칸 파키스탄 전 총리가 지난 10일 새벽(현지시간) 의회의 불신임안 가결로 총리직에서 밀려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에서 거세게 일어났다.
칸 전 총리는 이에 대해 "자유를 위한 투쟁"이라고 명명하며 시위를 사실상 독려하는 등 총리 불신임안 통과 후 파키스탄 정국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분위기다.
익스프레스트리뷴 등 파키스탄 언론에 따르면 연방의회 하원의 총리 불신임 가결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 곳곳에서 칸 전 총리 지지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시위는 불신임 투표 직전인 지난 9일부터 산발적으로 벌어졌으나 10일 오후 4시30분께 칸 총리가 트위터를 통해 '시위 독려 메시지'를 밝히자 본격적으로 격화했다.
칸 전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파키스탄은 1947년 독립국이 됐지만 외국 세력의 정권 교체 음모에 맞선 자유를 위한 투쟁은 오늘 다시 시작된다"고 밝혔다.
그는 "자주권과 민주주의를 수호한 것은 언제나 국민이었다"고 덧붙였다.
칸 전 총리의 트위터 메시지가 공개된 후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비롯해 최대 도시 카라치, 북부 대도시 라호르 등에서는 밤늦게까지 수만 명이 운집, 칸 전 총리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시위대는 "외국의 음모에 의한 정부 전복을 반대한다", "수입된 정부(imported government)를 거부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칸 전 총리는 그간 자신에 대한 의회의 불신임 시도가 '미국의 음모'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8일에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야권이 자신을 축출하더라도 '수입된 정부'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크리켓 스타 출신인 그는 반부패 등의 메시지를 앞세워 2018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집권 기간 경제 위기는 깊어졌고 암묵적 지지 세력이었던 군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입지가 크게 축소됐다.
결국 지난 10일 의회 불신임 투표에서 342명의 하원의원 중 174명이 찬성하면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후임 총리 선출을 위한 의회 투표는 11일 오후 진행된다.
새 총리로는 야권 지도자 셰바즈 샤리프 펀자브주 전 총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칸 전 총리가 이끄는 테흐리크-에-인사프(PTI)는 샤 메흐무드 쿠레시 전 외교부 장관을 새 총리 후보로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새 총리는 다음 총선이 열리는 내년 8월까지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새 총리 선출 후 조기 총선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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