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월 추가 도발 가능성 속 미·중 대응 주목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최근 미국과의 북핵 논의에서 대만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파악돼 주목된다. 북핵에서 협조를 원하면 대만 문제에서 중국의 요구를 수용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류샤오밍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지난 4∼7일 워싱턴에서 국무부의 웬디 셔먼 부장관,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동아태 차관보, 성김 대북 특별대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커트 캠벨 인도·태평양 조정관 등과 만나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등을 논의하면서 대만 문제를 꺼냈다.
류 특별대표는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돼 있으며 잘못하면 중·미 관계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개 공동성명 규정을 실질적 행동으로 엄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역 구분이 분명한 중국 관료 사회 특성에 비춰 한반도 문제를 전담하는 당국자가 미측에 대만 문제를 언급하고, 그 사실을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은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중 간 협력이 필요한 국제적 현안에서 미국이 중국의 협조를 얻으려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선 압박과 경쟁 위주의 대 중국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즉, 북핵 등 국제 현안과 미중 관계 전반을 연계하는 것이 최근 중국의 대미 정책 기조인 것이다.
최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을 추진한 데 대해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한 상황과 연결해보면 류 특별대표의 대만 언급은 미국이 대만 접근을 강화하면서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협력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일 수 있어 보인다.
뒤집어 말하면 대만 문제에서 미국이 일정한 '양보'를 할 경우 중국은 북핵 문제에서 일정한 '협력'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천빙 선전위성TV 평론가는 10일 중국 매체 즈신원과 인터뷰에서 류 특별대표의 대만 언급에 대해 "대만 문제에서 중·미가 협력하고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킬 수 있다면 한반도 문제에서 중·미가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넓어질 수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대해 중국은 한미 등이 추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제재에 반대함에 따라 안보리 차원의 대응은 거의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중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뛰어넘는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미·중 간 북핵 관련 논의의 장이 재차 마련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거나 추가 도발 시 안보리 차원의 대응을 다룰 목적으로 미중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당 제1비서 추대 10주년(11일), 국방위 제1위원장 추대 10주년(13일), 김일성 생일(태양절) 110주년(1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 90주년(25일) 등 굵직한 기념일들이 집중된 4월에 북한이 핵실험과 같은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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