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슬람 금식 성월 라마단 기간이면 격렬하게 충돌했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올해도 산발적인 유혈사태 속에 갈등을 쌓아가고 있다.
라마단 충돌을 피하려는 양측의 노력으로 '분쟁의 성지' 동예루살렘은 비교적 잠잠하지만, 팔레스타인 주민의 총기 난사와 이스라엘군의 보복 작전에 이은 유대 성지 훼손이 갈등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11일(현지시간) 일간 예루살렘 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요르단강 서안의 나블루스 외곽에 있는 '요셉의 무덤'을 훼손한 것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베네트 총리는 "수십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우리 유대인의 성지를 범했다"며 "성지를 공격하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폭도들을 잡을 것이며 훼손된 무덤을 재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관장하는 베니 간츠 국방부 장관도 요셉의 무덤 파괴행위를 중대 사안으로 간주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당국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요셉의 무덤 시설이 심각하게 파손되었고, 비석 등에는 불에 그을린 흔적이 남아 있다.
요셉은 구약성서 창세기에 등장하는 야곱의 아들로 애굽(이집트)에 노예로 팔려 갔으나 재상의 자리에까지 오른 유대인들의 조상이다.
유대인들이 출애굽 당시 그의 유골을 가져와 현재 요셉의 무덤으로 불리는 팔레스타인 땅에 묻었다고 전해진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처음 요셉의 무덤이 있는 지역을 점령했지만, 오슬로 협약을 통해 무덤 주변 지역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관할로 인계했다.
다만, 이후 유대인들의 무덤 방문이 가능해졌고, 이스라엘은 유대인 방문자 보호 목적의 군 기지 건설도 보장받았다.
그러나 이후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의한 무덤 훼손이 끊이지 않았다.
출애굽을 기념하는 유대 최대 명절 유월절(4월 15∼23일)을 앞두고 벌어진 요셉의 무덤 훼손은 유대인들의 반팔레스타인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실제로 무덤 훼손 소식이 전해진 10일 2명의 정통 유대교도가 무단으로 무덤에 들어가려다가 총격을 받아 부상하는 일도 있었다. 이들에게 총을 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유대인들의 무덤 참배는 월 1회, 사전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런데도 일부 의원들도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허가 없이 무덤을 참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자극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무덤 훼손은 최근 잇따르는 총기 난사 및 흉기 난동과 관련된 무장세력과 테러 모의 세력을 색출하겠다는 이스라엘 경찰의 대대적인 팔레스타인 수색 작전과 이 과정에서 발생한 유혈사태에 대한 반감의 표출인 셈이다.
계속되는 피의 보복이 성지 훼손으로 분출된 셈인데, 이후에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흉기 등 공격과 이에 맞서는 이스라엘 군인들의 총격으로 유혈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안에서 활동하는 무장단체인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는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되면 전면적인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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