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강제노동 의혹을 받는 중국이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 관련 협약 비준에 나선다.교착상태에 빠진 유럽연합(EU)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중국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오는 18∼20일 회의에서 ILO의 강제노동 협약(1930년 제정)과 강제노동폐지 협약(1957년 제정)을 비준할 것이라고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가 12일 보도했다.
이 두 협약은 7년을 끌었던 중국-EU 포괄적 투자협정(CAI) 협상 과정에서 주요 걸림돌 중 하나였다.
양측은 2020년 12월 30일 투자협정 체결에 마침내 합의했지만 이후 1년이 넘도록 해당 협정은 유럽에서 비준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협정은 EU 27개 회원국과 EU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EU는 지난해 3월 북한, 러시아 등 6개국 관리 10여명을 상대로 인권 제재를 부과하면서 중국에서는 신장 위구르족 탄압에 책임이 있는 관리 4명과 단체 1곳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같은 날 중국도 유럽 측 인사 10명과 단체 4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며 맞대응했다.
이후 유럽의회는 EU-중국 투자협정의 비준을 아예 보류해버렸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EU와 중국 간 긴장 관계는 더욱 악화했다.
EU는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지난 1일 화상으로 진행된 EU-중국 정상회의에서도 이를 촉구했다.
그러나 중국이 꿈쩍도 하지 않자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중국과의 대화가 "귀머거리의 대화 같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U-중국 정상회의에서는 어느 쪽도 투자협정의 진전에 대한 기대나 의지를 드러내지도 않았다.
한 EU 고위 관리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이 유럽 측 인사들에 제재를 가하는 한 투자협정의 진전은 가망이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ILO 강제노동 관련 두 가지 협약의 비준에 나선 것은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중요한 걸음이라고 왕이웨이 인민대 교수는 설명했다.
왕 교수는 "중국은 유럽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글로벌 규약에 높은 수준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EU 관계는 제재와 보복 제재에서 벗어나 전진할 필요가 있고, 양측은 상호 선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일 싱크탱크 메르카토르중국학연구소(MERICS)의 프란세스카 지레티 연구원은 ILO 협약 비준만으로 투자협정의 교착 상태가 해소되기에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최근 힘들었던 정상회의 이후 중국이 EU에 보내는 중요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는 중국 측의 영리한 움직임"이라면서도 "우리는 그 이상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ILO의 협약은 총 190개이고, 이 중 8개가 핵심 협약으로 분류된다.
중국은 이 중 차별 금지, 아동노동 금지 등 4개 협약은 비준했으나,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것과 관련된 협약 2개는 비준하지 않았다.
미국 등 서방은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이유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했고 유엔의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신장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에 서명했고 이 법안은 상원과 하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의회를 통과했다.
ILO도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신장 지역의 강제노동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중국은 서방의 의혹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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