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넷제로 달성방안으로 투자 검토…두산에너빌리티, 국내시장 선도
미국·중국 등에 비해 개발 늦다는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탈원전 정책 백지화를 예고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존 원전의 경제성에 안전성과 환경성까지 갖춘 SMR이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해당 시장을 앞서 선점하겠다는 취지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투자형 지주회사인 SK㈜와 에너지 전문기업 SK이노베이션[096770]을 중심으로 SMR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투자 대상과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글로벌 넷제로(탄소중립)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지난해 중순부터 그룹 차원으로 SMR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SK그룹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창립자이자 미국의 대부호인 빌 게이츠가 세운 원전기업 테라파워를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SMR의 상용화에는 최소 7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돼 다른 기업에 대한 투자도 검토 중이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시킨 300MW(메가와트) 이하인 소규모 원전을 말한다.
SMR은 대형 원전 10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축소돼 건설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배관 설비가 필요 없어 지진 등 자연재해 시에도 방사성 물질 누출 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원전보다 안정성과 활용성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SMR을 이용하면 섭씨 600∼800도에 달하는 증기를 이용해 기존의 수전해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에 따르면 SMR은 2030년께부터 본격적인 상용화가 예상되며 2035년 시장 규모는 390조∼6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에서 SMR 투자와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기업은 두산에너빌리티(구 두산중공업)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자체 보유한 원전 건설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1위 SMR 기업인 뉴스케일파워에 2차례에 걸쳐 1억400달러(1천300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삼성물산[028260]과 GS에너지도 뉴스케일파워에 투자한 상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9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는 뉴스케일파워 SMR의 원자로 초도 기자재 제작·공급 등도 맡았고, 지난해 9월에는 고온가스로 SMR을 개발 중인 미국 엑스-에너지와 주기기 제작을 위한 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러한 투자와 계약을 바탕으로 글로벌 SMR 생산전문설비를 구축해 연평균 8천억원 규모의 수주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010140]은 해상 SMR 시장을 공략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공동으로 '용융염 원자로'(MSR)를 탑재한 원자력 추진선 설계 연구를 하고 있다.
또 용융염원자로 개발사인 덴마크 시보그사(社)와 기술협력 업무협약(MOU)을 맺고 '소형 용융염원자로'(CMSR) 기술을 바탕으로 한 부유식 원자력 발전 설비도 개발 중이다. SMR의 일종인 CMSR은 핵분열 에너지를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높은 효율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렇듯 국내에서 SM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의 SMR 개발 속도가 주요국보다 크게 뒤처져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SMR 노형은 71개로, 원자력 강국인 미국(17개)과 러시아(17개), 중국(8개)이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은 혁신형 SMR 개발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추진에 그치고 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재생에너지발전 비율이 40%에 달하는 영국도 SMR과 원전을 탄소 중립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인식하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탄소 중립에 주어진 시간과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모두 부족한 한국은 SMR 활용을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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