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유럽 항공사들이 기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직원 급증으로 수백 개 항공편이 취소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고 CBS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 저가항공사 '이지젯'은 지난달 초 영국 정부가 모든 여행객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철회하자 지난달 27일부터 기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했다.
조앤 룬드그렌 이지젯 CEO는 당시 "4월 부활절 여행객들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며 2019년 수준의 여름철 성수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이지젯은 그다음 날부터 이달 3일까지 일주일 동안 영국발 항공편 202편을 취소해야 했다.
CBS가 영국 항공정보 회사인 시리엄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항공사의 취소 건수는 이 기간 영국발 항공편 3천517편 중 5.74%에 해당한다.
이지젯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같은 기간에는 취소된 영국발 항공편이 전혀 없었다.
이 회사 대변인은 최근 유럽 전역에서 다시 유행하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로 "평소보다 많은 직원이 병증을 보였기 때문"이라며 항공편 취소 이유를 밝혔다.
전염병학자이면서 보건경제학자인 에릭 페이글-딩씨는 이에 대해 승무원들과 승객들이 마스크를 벗는 순간 거의 확실시됐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위터에 "영국 정부가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고 이지젯과 같은 항공사들이 같은 조처를 한 지 2주가 채 지나지 않아 조종사들과 승무원들이 코로나19로 결근하고 항공편이 대량으로 취소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이 사태는 항공사 CEO들이 초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항공사들이 마스크 규정을 포기하면 더 많은 이들이 여객기 탑승을 주저할 것이라며, 이는 항공사들의 경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리엄에 따르면 실제 이달 첫째 주 각국에서 항공편 취소 사태가 잇달았으며, 영국항공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7일까지 여드레 동안 전체의 4%인 769편을 취소했다.
페이글-딩 씨는 미국 항공사들이 조 바이든 정부에 마스크 착용 의무화 철회를 요청한 사실을 언급하며, 미국 항공사들도 "마찬가지로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항공사들은 아직 기내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유지하고 있고 직원 감염에 따른 취소 사태는 겪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연말 시즌에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많은 직원이 코로나19에 걸려 수백 편의 항공기 운항을 취소했던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A)은 현재 직원들의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혼란은 없다고 밝혔다.
델타항공도 질병으로 인한 승무원 결근율은 보통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어메리칸 에어라인(AA) 역시 "항공기 운항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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