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50일] '전범' 낙인찍힌 푸틴

입력 2022-04-13 14:50   수정 2022-04-13 14:54

[우크라 침공 50일] '전범' 낙인찍힌 푸틴
결박된 채 '총살' 된 것으로 보이는 시신 무더기…"이유 없이 총 쏴"
푸틴 '전쟁범죄' 배후 지목하지만 법적 처벌 어려울 듯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손이 뒤로 묶인 민간인 시신이 거리에 나뒹굴었다. 기차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병원의 임신부가 폭격에 다쳤고 '어린이'라 쓰인 극장이 붕괴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군의 노골적인 전쟁범죄 정황이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 모든 범죄의 배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있다고 보고 그를 '전쟁범죄자'로 낙인찍었다.
서방은 푸틴 대통령 본인뿐 아니라 주변 인물, 심지어 자녀까지 초강력 제재 대상에 올리고 있지만 그가 권좌를 지키는 이상 실질적인 처벌이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 "이유 없이 총으로 쏴"…국제사회 분노 일으킨 부차 학살
한 달 만에 러시아군의 점령에서 벗어난 키이우 주변 도시 부차의 모습은 참혹했다.
거리에는 군복을 입지 않은 시신 수십 구가 방치돼 있었다. 일부는 손이 뒤로 결박된 채였다. 시신에는 머리에 총구를 대고 쏜 듯한 상처도 있었다.
곳곳에서 집단 매장지가 발견됐다. 제대로 묻히지도 못한 시신도 허다했다.
이리나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키이우 인근에서 시신 410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살아남은 주민의 증언은 더욱 끔찍했다.
한 주민은 AP통신에 "러시아군은 철수하면서 아무런 이유 없이 걸어가던 민간인들을 총으로 쏴 죽였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4일 부차 현장을 둘러본 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연설에서 격앙된 모습으로 러시아군의 '전쟁범죄'를 고발하고, 러시아에 대한 초강력 추가 제재를 촉구했다.
그는 "(민간인이) 자기 집에서 수류탄으로 살해당했다. 러시아군은 오로지 재미로 자동차 안의 민간인을 탱크로 깔아뭉갰다. 누군가는 거리에서 총살당했고, 다른 누군가는 우물에 던져져 괴롭게 죽어갔다"고 밝혔다.
이런 러시아군의 집단 학살 정황이 '제노사이드'(genocide)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쏟아졌다.
러시아는 이 모든 정황이 조작된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위성사진에는 민간인으로 보이는 이들의 시신이 러시아군 점령한 시기에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이 그대로 포착돼 있다.


◇ 군사시설도 없는 크라마토르스크 역에 떨어진 미사일
'부차 학살' 외에도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의혹은 매우 많다.
8일 우크라이나 동부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에서는 기차를 기다리던 피란민 50여명이 미사일 공격에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17일에는 러시아군이 민간인 약 1천300명이 대피한 마리우폴의 극장 건물을 폭격했다. 당시 건물 마당에는 하늘에서도 볼 수 있도록 '어린이'(дети)라는 글자가 크게 쓰여 있었으나 소용없었다. 이 폭격으로 인한 사망자 수만 약 3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군이 '전략적 요충지'로 점찍은 마리우폴에서는 산부인과 병원, 학교 등이 폭격을 받고 있다. 출산을 기다리던 임신부가 폭격 피해를 받고 들것에 실려 나오던 장면이 보도되면서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임신부는 결국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일삼고 있다는 고발도 제기됐다. 성을 사실상 전쟁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러시아는 금지된 무기인 집속탄, 열압력탄, 백린탄, 화학무기 등을 사용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모두 민간인 피해를 기하급수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이유로 살상용 사용이 금지된 무기들이다.



◇ 국제사회 제재하지만…푸틴 본인 법정 세울 가능성은 '글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규정했다. 미정부는 러시아가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공식 평가했다.
'부차 학살' 사건 이후 이런 국제사회의 평가는 더 힘이 실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예 푸틴 대통령을 전범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부차 학살은 '중대 전쟁범죄'라고 비판했다.
유엔도 7일 긴급 특별총회를 열어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정지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쫓겨난 나라는 리비아(2011년)와 러시아, 단 2개국뿐이다.
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선 이미 심각한 민간인 피해를 초래한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과 극장 폭격 등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ICC)를 통한 처벌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국제군사재판소나, 국제사법재판소(ICJ), ICC 등에 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이 현실이다.
유엔헌장에 근거한 ICJ는 러시아가 그 존재를 인정한다고는 해도, 러시아가 유엔안보리의 상임이사국으로서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가진 이상 판결에 아무런 효력이 없다.
개인의 전쟁범죄 문제를 다루는 ICC에서는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범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러시아는 ICC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미 2016년 ICC에서 탈퇴했고 전범 혐의자가 특정돼도 신병을 넘겨주지 않을 공산이 크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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