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정부 출범 후 두번째…"가장 억압적 권위주의 국가 중 하나"
"정부에 의한 살해·실종·고문 중대한 문제…인권침해 처벌 안해"
블링컨 "러, 우크라서 민간인학살 의혹…中, 홍콩·신장서 인권유린"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미국 국무부는 12일(현지시간) '2021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하고, 북한 정권이 수많은 학대를 해왔다는 믿을만한 보도들이 있지만 이를 처벌하지 않아 광범위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심각한 인권 침해 보도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리사 피터슨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 대행은 이날 인권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이 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권위주의 국가 중 하나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터슨 차관보 대행은 "우리는 분명히 북한 정부가 자행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 침해 보도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언젠가는 정의가 북한 주민을 위해 실현될 수 있기를 확실히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린 인권 침해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관련 정보를 문서화해 보존하며, 독립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자 국제사회와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권) 학대와 침해에 연루된 이들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북한 내 인권에 대한 존중을 증진하려 애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는 작년 12월 북한의 강제 노동과 인권 탄압을 이유로 북한 중앙검찰소와 사회안전상 출신 리영길 국방상 등을 제재 대상에 올린 바 있다. 이는 바이든 정부 들어 북한을 제재한 첫 사례다.
피터슨 대행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어떠한 방법을 가지고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북한은 우리가) 영향을 미치기 극도로 어려운 환경이지만 북한 내 이슈를 둘러싼 인식을 제고하고, 우리의 노력을 계속해서 집중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이날 보고서 발표와 관련해 회견했지만, 북한을 입에 올리진 않았다.
다만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 의혹은 물론 중국에 대해서도 홍콩과 신장 등지에서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국무부는 이날 발표한 인권보고서의 북한 관련 부문에서 북한을 1949년부터 김씨 일가가 이끄는 권위주의 국가라며 칭했다.
매년 발표되는 인권 보고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두 번째다.
이날 보고서는 북한의 인권 취약성을 지적한 작년과 내용이 유사하다.
보고서는 북한이 사회안전성(한국의 경찰청 해당) 등 치안 관련 기구를 통한 효과적 통제를 유지했다며 "수많은 학대를 행했다는 믿을만한 보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먼저 정부에 의한 불법적이거나 자의적인 살해, 정부에 의한 강제적 실종, 정부 당국에 의한 고문 및 잔혹하고 비인간적이며 모멸적인 대우 및 처벌 등을 중대한 인권문제로 꼽았다.
또 정치범 수용소 등 가혹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수감 환경, 자의적 체포 및 구금, 정치범 및 수감자, 다른 국가에서 저지른 개인에 대한 정치적 동기의 보복, 사법 독립 부재, 사생활에 대한 자의적 또는 불법적 간섭도 주요 인권 침해로 거론했다.
아울러 개인이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범죄에 대한 가족 구성원 처벌, 언론인에 대한 부당한 체포 및 기소와 검열, 인터넷 자유에 대한 심각한 제한, 평화 집회 및 결사의 자유에 대한 실질적인 간섭, 종교 자유에 대한 심각한 제한, 국가내 이동 및 거주의 자유와 출국 권리에 대한 심각한 제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한 평화적인 정권 교체 불가능, 정치 참여에 대한 심각한 제한, 심각한 정부 부패,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조사 및 책임 부족, 강제 낙태 및 강제 불임 수술 등에 대한 상당한 접근 장벽, 인신매매, 독립 노조 불법화, 최악의 아동노동 등도 서술됐다.
특히 보고서는 "가장 최근인 2019년 전국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정부가 인권 침해나 부패를 저지른 공무원을 기소하기 위해 신뢰할 만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특별 조사위원의 보고라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조치로 북한이 여행을 제약해 외국인들의 체류를 제한하고 있고, 탈북자들도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인권 침해와 부패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 것은 계속해서 광범위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에서 구금됐다 석방된 후 숨진 오토 웜비어와 관련, "북한은 부당하게 구금돼 2017년 석방 직후 숨진 웜비어의 사망에 이르게 한 상황에 대해 여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북 외교적 접근법을 취하고 있지만,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만큼 북한 인권 상황을 묵과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번 보고서 역시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국무부는 "이번 인권보고서는 전 세계 198개국을 대상으로 한다"며 "인권 존중 증진과 기본적 자유 수호는 국가로서 우리의 핵심이다. 미국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위해 싸우는 전 세계 사람들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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