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말레이시아 의회가 '탈당 방지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수년째 공전하자, 일부 주의 최고 통치자(술탄)가 개구리와 유인원이 의회를 가득 채운 그림을 공개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13일 베르나마,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셀랑고르주(슬랑오르) 술탄 샤라푸딘 이드리스 샤 알하지가 의석에 개구리와 오랑우탄, 침팬지, 원숭이가 가득 찬 풍자화를 구매해 12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셀랑고르주 왕실은 "술탄께서 이 그림을 보고 구매를 결정, 개인 서재에 걸었다. 언젠가 이 그림을 경매에 부쳐 수익금을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방제 입헌군주국인 말레이시아에선 말레이반도 9개 주의 술탄이 돌아가면서 5년 임기의 국왕직을 맡는다.
셀랑고르주는 전국에서 가장 부유한 주로 꼽힌다.
셀랑고르주 술탄이 의원들을 개구리, 유인원에 비유한 그림을 SNS에 올린 것은 '탈당 방지법안' 처리 지연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2018년 총선 후 222명의 의원 가운데 39명이 탈당 후 소속 정당을 바꿨다.
공천을 받아 당선된 후 정당을 갈아타는 의원은 '개구리'(frog)로, 탈당 방지법안은 '반호핑법'(anti-hopping)으로 불린다.
말레이시아 의원들의 무더기 정당 갈아타기 문제는 1990년대부터 반복됐으며, 이에 따른 중앙 정부, 지자체 집권당이 바뀌고 총리를 재지명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공천을 받아 당선된 의원이 다른 정당으로 갈아타는 것을 금지하는 탈당 방지법안은 1992년 연방법원이 헌법상 개인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결하면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오는 2023년 총선을 앞두고 말레이시아 정치권은 탈당방지법안 처리를 위해 헌법부터 고치자고 제안, 작년 9월부터 논의를 시작했으나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의원들은 11일 의회에서 '결사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10조 문구 수정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역시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다음 날 셀랑고르주 술탄이 개구리·유인원 그림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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