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 타고 세계여행·부동산도 다수…유학 후 유럽의회 인턴까지
"서방 맹비난하면서…엄청난 위선"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서방을 맹비난하고 있지만 정작 그들의 자녀들은 서방에서 자라 그곳에서 호화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의 가족이 대표적이다.
그의 딸 엘리자베타는 프랑스 파리 외곽의 사립 학교를 다녔으며 프랑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루이비통에서 인턴으로 일했고 심지어 유럽 의회 인턴도 했다.
엘리자베타의 이복동생인 니콜라이 숄스도 영국에서 자랐으며 전용기를 타고 세계 여행을 즐긴다.
러시아의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설립한 반부패 재단에 따르면 2020년 페스코프 대변인의 연봉은 17만3천달러(약 2억원)다. 하지만 그는 60만 달러(약 7억원)짜리 시계를 차고, 주당 사용료가 43만 달러(약 5억원)인 호화 요트가 포함된 이탈리아 사르데냐 해변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딸 예카테리나 비노쿠로바는 17년간 뉴욕에서 살며 컬럼비아대를 다녔고 영국 런던 정경대에서 학위를 받았다.
영국 정부가 라브로프의 의붓딸이라 주장하는 폴리나 코발레바는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을 다녔고 학교 인근에 580만 달러(약 71억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최근 두 사람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푸틴 대통령의 딸들도 비슷하다. 장녀 마리아는 네덜란드 사업가와 결혼했으며 이들은 네덜란드에서 330만 달러(약 40억원)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 프랑스 비아리츠에 있는 방 8개짜리 호화 빌라는 그의 둘째 딸 카트리나와 연결돼 있다. 두 사람 모두 영국과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러시아 독립언론 프로엑트의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정부로 알려진 한 여성은 출산 몇 주 뒤 모나코에 있는 410만 달러짜리 아파트의 주인이 됐다. 푸틴 대통령은 혼외 자녀가 더 있으며 이들도 서방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연설에서 러시아에서 돈을 벌어 외국에서 호화롭게 생활하는 자국인을 '배신자'라 부르며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정신적으로' 서방에 동조하는 이들은 '러시아 파괴'라는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관료들과 그들의 가족이 서방 세계를 즐기는 위선은 수년 동안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CNN은 전했다. 진정한 애국자가 되려면 러시아에서 교육받는 것이 핵심이라며 러시아 관료들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해외 유학을 금지하는 법안이 2016년 러시아 의회에 상정됐지만 통과되지는 않았다.
로스앤젤레스(LA) 대학의 러시아 정치 전문 교수인 대니얼 트레이스만은 "엄청난 위선"이라며 "그들은 서방이 문화의 중심이라 생각하며 서방에서 살고 싶어 한다. 서방이 러시아보다 법적으로 더 안전하다고 생각해 재산도 서방으로 옮겨야 안심한다"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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