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아침부터 계속 찾아 헤맸는데 빵을 못 구했어요. 어디에도 빵은 없네요."
최악의 경제난에 허덕이는 레바논 남부 시돈에 거주하는 상인 모함마드 무스타파 씨에게 올해 라마단은 끔찍한 악몽입니다.
2019년부터 이어져 온 최악의 경제난 속에 우크라이나에서 전쟁까지 터지면서 우크라이나산 밀 의존도가 높은 레바논의 식량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현지 화폐인 레바논 파운드화의 가치가 90% 이상 폭락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던 수입 업자들이 전쟁으로 곡물 가격이 폭등하자 밀 수입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입니다.
2020년 대폭발로 베이루트 항구에 있던 밀 저장고가 파손돼 밀을 수입하더라도 이를오래 저장할 대규모 시설도 없습니다.
한 달쯤 버틸 정도였던 밀 재고가 점점 줄어들면서 이제 레바논의 주요 도시에서 주식인 빵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혹시나하는 기대로 빵집 앞에 줄을 서보지만, 공급 자체가 워낙 부족하다 보니 빈손으로 돌아서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무스타파 씨는 로이터 통신에 "음식을 먹여야 할 아이들이 있고, 지금은 라마단 기간이기도 한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레바논 재무부는 12일(현지시간) 밀 수입업자에게 1천530만 달러(약 187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해 숨통을 틔우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보조금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2∼3주 정도라고 합니다. 다음 달 초 라마단이 끝나면 또다시 빵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이 생겨날 겁니다.
레바논 정부가 식량 위기 타개를 위해 세계은행(WB) 등에 요청한 신용 한도 조정 요청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레바논 최대 제빵 네트워크인 우든 베이커리의 가산 부 하비브 부사장은 "밀 저장고도 없고 돈도 없습니다. 빵은 이제 사치품이 될 겁니다"라고 개탄했습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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