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이탈리아 교도소서 '발씻김 예식'…팬데믹 후 처음(종합)

입력 2022-04-15 18:47   수정 2022-04-15 18:54

교황, 이탈리아 교도소서 '발씻김 예식'…팬데믹 후 처음(종합)
남녀 수형자 12명 발 씻기고 입맞춰…사제들에겐 "권력서 멀어져라" 강조



(바티칸=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목요일인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교도소 수형자들의 발을 씻어주는 전통 예식을 재현했다.
교황청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오후 이탈리아 로마 인근 항구도시 치비타베키아의 한 교도소를 찾아 수형자들의 발 씻김 예식을 진행했다.
교황은 교도소 내 예배당에서 주님 만찬 미사를 봉헌한 뒤 다양한 국적을 가진 남녀 수형자 12명의 발을 씻어주고 발에 입을 맞추며 특별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다.
발 씻김 예식은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 앞서 열두 제자의 발을 씻겨주며 사랑과 겸손의 마음을 보여준 것을 기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후 매년 부활절을 앞둔 성목요일 오후 교도소나 난민센터 등을 찾아 발 씻김 예식을 해왔다.
즉위 전 모국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 때부터 행해온 전통을 유지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부활절로 이어지는 '성삼일'의 시작을 알렸다.
다만, 작년과 재작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 예식을 외부에서 치르지 못하고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간소하게 진행했다.

올해 예식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수형자 신원 보호 및 보안상 이유로 비공개로 이뤄졌다.
이에 앞서 교황은 이날 오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1천800여 명의 성직자가 참석한 가운데 성목요일 미사(성유 축성 미사)를 봉헌했다.
강론에서는 "권력·지위 등과 같은 세속적 관심사에서 벗어나 깨끗한 양심으로 거룩하고 신실한 하느님의 백성을 섬기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15일(성금요일) 밤 팬데믹 발발 후 3년 만에 로마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에서 '십자가의 길' 예식을 재개한다.
십자가의 길 예식은 예수가 사형 선고를 받고 십자가를 진 채 골고타 언덕에 이르기까지 14가지의 중요한 사건을 짚어보며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행사다.
예식의 절정이자 가장 엄숙한 순간으로 꼽히는 '13처'(예수 시신이 십자가에서 내려져 성모 마리아에게 건네진 일)에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출신 가족이 함께 십자가를 옮기고 묵상할 예정이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의 조기 종식과 평화를 염원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정교회 측이 일방적 가해자인 러시아 측과 함께 예식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반대해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전 세계에 화해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교황의 의지가 강해 애초 계획대로 예식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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