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일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스리랑카뿐만 아니라 파키스탄도 국제통화기금(IMF)의 추가 구제금융 지원을 모색하는 등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은 '친중국' 성향 정권이 집권하는 동안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부채의 수렁에 빠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15일 블룸버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파키스탄은 물가상승과 외화 부족 등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파키스탄 의회는 이달 10일 심각한 경제난 책임을 물어 '친중 인사'로 불리는 임란 칸 총리 불신임안을 가결하고, 새 총리로 셰바즈 샤리프(70) 전 펀자브 주총리를 선출했다.
전문가들은 파키스탄이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 등으로 부채에 허덕이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정부 실정까지 겹치면서 경제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고 진단한다.
파키스탄은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파키스탄 남부 과다르항까지 3천㎞에 이르는 도로, 철도, 에너지망 구축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면서 중국에 천문학적인 빚을 졌다.
칸 전 총리는 미국이 중국·러시아 견제를 위해 자신을 축출하는 음모를 꾸몄고 파키스탄 국가안전보장 위원회가 이런 입장을 인정한다고 주장했지만, 군 대변인은 전날 성명을 통해 이를 일축했다.
샤리프 신임 총리는 취임 직후 "거의 모든 경제 부문이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며 공무원 근무일을 주 5일에서 6일로 늘리고,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에서 8시로 앞당기라고 지시하는 등 고삐를 조이고 있다.
아울러 새 정부는 공공재정에 구멍을 내는 데 일조한 연료 보조금을 철회할지 논의 중이다.
샤리프 총리는 IMF와 중요한 회담을 앞두고 미프타 이스마일 전 재무 장관을 재기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파키스탄은 현재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몇몇 우방의 지원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통해 가까스로 경제 붕괴 위기를 막아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의 경우 지난 몇 년간 미국 등 서방과 멀어지고 친중 노선이 강화되면서 국제적 입지가 축소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키스탄은 2019년 7월 IMF로부터 6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로 합의했지만, 조건 준수 미이행으로 최근까지 누적 30억 달러만 받은 상태여서 나머지 절반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파키스탄이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를 버텨내려면 IMF와 협력해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며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IMF 구제금융 미집행 금액 확보를 꼽았다.
한편, 이웃 나라 스리랑카는 지난 12일 IMF와 구제금융 지원 협상이 마무리되고 포괄적인 채무 재조정이 준비될 때까지 대외부채 상환을 잠정 중단한다며 일시적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스리랑카는 2005∼2015년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고타야바 라자팍사 현 대통령의 형) 집권 시기부터 친중국 노선을 펼치며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 자본으로 각종 대형 인프라 건설 사업을 추진했다.
그동안 중국 자본으로 항구와 공항 건설, 도로망을 확장한 스리랑카 정부는 2019년 부활절 테러, 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고타야바 라자팍사 대통령은 올해 10월 자국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에게 채무 재조정을 요구했고, 최근 IMF는 물론이고 중국과 인도 등에도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중국은 파키스탄과 스리랑카를 돕기로 약속했지만,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부각할 수 있고 양국 내정 간섭으로 보일 수 있기에 주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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