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예배당 알-아크사 사원서 유혈 사태…300명 넘게 체포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주요 성지 알-아크사 사원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 경찰이 충돌해 팔레스타인인 100여명이 다쳤다고 AP, 타스 통신 등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슬람 금식 성월 라마단 기간인 이날 동이 트기 전 수천 명이 예배를 위해 사원에 모여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 경찰이 이슬람 3대 성지 중 하나인 사원 내부에 진입하면서 충돌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상에 유포된 영상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인들은 진입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바리케이드를 쳤고, 이스라엘 경찰은 최루가스와 섬광 수류탄으로 대응했다고 AP는 전했다.
팔레스타인 뉴스통신사 와파(WAFA)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인 153명이 충돌 과정에서 다쳐 치료를 받았고, 또 다른 30명은 이스라엘 경찰이 쏜 고무탄에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구호단체인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관계자는 부상자 152명을 치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스라엘 칸(Kan) 라디오는 이뿐만 아니라 300명 넘는 시위 참가자가 체포·구금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측은 팔레스타인과 하마스 깃발을 든 수십 명이 이날 사원에 들어간 뒤 충돌 상황에 대비해 돌을 모았으며, 이 돌들을 제거하려 경찰이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3명이 돌에 맞아 다쳤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에 위치한 알-아크사 사원은 역사적으로 이슬람교와 유대교, 기독교 공통의 성지이지만, 현재는 이슬람교 예배당으로 쓰인다.
유대교에서 가장 성스러운 '성전 산' 꼭대기에 위치한 이 사원은 수십 년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화약고'가 돼왔다.
알-아크사 사원에서는 지난해에도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 경찰이 충돌했고, 그 여파로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가 11일간 전쟁을 벌였다.
올해 역시 라마단 기간과 유대 최대명절 유월절(15∼23일), 기독교 축일인 부활절(4월 17일)이 다가오면서 알-아크사 사원 등에서 종교 갈등에 따른 폭력 사태가 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됐다.
양측의 긴장은 지난 7일 텔아비브 번화가에서 팔레스타인 난민캠프 출신 남성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이스라엘인 3명이 숨진 후 증폭되는 모습이다.
팔레스타인 측의 공격으로 현재까지 이스라엘에서 14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최근 몇주 간 이스라엘 측이 서안지구에서 유혈 진압을 이어가면서 긴장이 높아졌고,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사망자도 다수 나왔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의 대변인 나빌 아부 루데이네는 이날 WAFA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경찰의 행위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선전포고와 같다며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알-아크사 사원의 상황은 진정되고 질서는 회복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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