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포이즌 필 시행…누군가 15% 이상 지분 확보하면 발동"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 제안을 받은 소셜미디어 트위터가 '포이즌 필' 전략으로 이에 맞서기로 했다.
트위터는 15일(현지시간) 머스크의 시도에 대응해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인 포이즌 필을 시행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포이즌 필은 적대적 M&A 대상이 된 기업이 신주를 대규모로 발행하거나, 적대적 M&A에 나선 측을 제외한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시가보다 훨씬 싼값에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미리 부여하는 제도다.
이렇게 하면 기존 주주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들여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을 늘릴 수 있는 반면 M&A에 나선 쪽은 지분 확보가 어려워진다.
NYT는 "이는 그 회사를 인수하려는 사람은 누구든 (인수 대상 기업의) 이사회와 직접 협상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1980년대 법률회사들이 기업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고안한 포이즌 필의 명칭은 과거 스파이들이 체포될 경우에 대비해 독약을 소지하던 데서 유래했다. 심문을 당하느니 보안 유지를 위해 차라리 죽겠다는 것이다.
포이즌 필 역시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의 주식 가치가 희석되고 주주들의 권한이 제약되는 등의 부작용을 감수하는 전술로 볼 수 있다.
트위터는 어떤 개인, 또는 집단이든 자사 지분을 15% 이상 매입하면 포이즌 필이 발동된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9%가 넘는 트위터 주식을 갖고 있다.
트위터는 내년 4월 14일까지 이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면서도 이로 인해 잠재적 인수자와 회사 매각에 대한 협상을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인수 거래를 협상할 더 많은 시간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위터가 포이즌 필을 가동함에 따라 머스크는 여전히 트위터를 인수하려 할 경우 주주들을 상대로 주식 공개 매입에 나서야 한다. 직접 트위터 주주들을 설득해 자신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직접 주식을 팔라고 요청해야 하는 것이다.
금융정보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현재 트위터의 주요 주주로는 투자·관리 업체 뱅가드그룹(10.3%),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8.0%),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4.6%),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 잭 도시(2.2%),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가 이끄는 자산관리업체 아크 인베스트먼트(2.15%)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 중 누가 머스크 편에 설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머스크 역시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그는 14일 트위터 계정에 "트위터를 (주당) 54.20달러에 비상장 회사로 만드는 것은 이사회가 아닌 주주들이 결정해야 한다"며 찬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올렸다.
시장에서는 머스크의 인수 제안에 가장 중요한 '자금 조달'이 공백으로 남아 있다는 점을 두고 이 거래의 성사 가능성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머스크는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를 인수 거래 자문사로 고용했지만 모건스탠리는 통상 대규모 인수 거래에 직접 자금 조달을 하지는 않는다.
머스크가 써낸 주당 54.20달러의 인수가도 트위터의 최근 실적을 반영하지 않은 헐값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장 미 증시에서 트위터 주가는 14일 1.7% 하락하며 머스크의 제안가에 못 미치는 45.08달러에 마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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