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력난 심화…삼성·SK, '인재 모시기' 경쟁 가열

입력 2022-04-17 06:01  

반도체 인력난 심화…삼성·SK, '인재 모시기' 경쟁 가열
2020년 기준 부족인력 1천621명…"전문인력은 더 부족해"
앞다퉈 임직원 처우개선…대학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도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신음하고 있다.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임직원의 처우를 개선하고 대학에 '반도체 계약학과'까지 설립하며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반도체 전문 인력은 수년째 1천명 이상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사들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등 국내 반도체 산업에는 총 17만9천885명의 인력이 근무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반도체 연구개발과 기술, 생산 등 필수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산업기술인력은 9만9천285명으로, 2016년(8만6천525명)부터 최근 4년간 꾸준히 늘었다.
반도체 시장 성장세에 따라 종사자 수도 꾸준히 늘었지만, 업계 내 인력 부족 상황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집계로 2020년 반도체 업계에서만 총 1천621명의 인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학력별 부족 인력은 고졸이 89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학사 362명, 전문학사 316명, 석사 40명, 박사 9명 등이다.
반도체 산업의 부족한 인력은 2015년(1천332명)보다도 약 300명 더 늘어났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집계한 부족 인력은 기업들이 필수적으로 필요로 하는 최소 인력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실제 기업들이 체감하는 반도체 전문인력 부족 상황은 더 심각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연간 약 1만명의 인력을 채용하는데 이 중 반도체 분야를 전공한 전문인력은 20% 이하"라며 "전문인력이 부족해 기업들이 비전문 인력을 뽑은 뒤 재교육과 훈련을 다시 시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개별 기업들이 구체적인 채용 규모를 밝히지는 않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5천여명 안팎, SK하이닉스는 1천여명 안팎의 반도체 인력을 채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다 소부장 업체 등 반도체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업까지 포함하면 연간 국내 반도체 인력 채용 규모는 1만여명 수준인데 이에 비해 대학에서 배출되는 반도체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반도체 인력 부족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어서 해외 인력 유치도 쉽지 않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CSIA)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내년까지 중국에서만 반도체 전문 인력 20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경우 반도체 공장 신증설에 따라 향후 10년간 반도체 인력 2만7천명이 더 필요하며, 이 중 약 3천500개 일자리는 자국에서 충당하지 못해 외국 노동자가 채워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만성적인 반도체 인력 부족 상황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임직원 처우를 개선하며 '인재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임직원의 임금을 예년의 2배 수준인 평균 8% 인상했고, 신입사원의 초임을 삼성전자(약 4천800만원)보다 높은 5천40만원으로 올렸다.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문 업체 DB하이텍[000990]도 올해 신입사원 초임을 14.3% 인상해 삼성전자와 동급으로 맞췄다.
지난해 임직원 임금을 평균 7.5%로 대폭 인상했던 삼성전자는 아직 올해 인상률을 정하지 못했다. 경쟁사들의 파격적인 임금인상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의 임금인상률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대학 내 반도체 계약학과를 설립해 능력 있는 인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거세다.
삼성전자는 성균관대·연세대·카이스트·포스텍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개설했고,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고려대를 시작으로 올해 서강대, 한양대와 잇달아 반도체 계약학과 개설 협약을 체결했다.
계약학과는 졸업 후 채용을 조건으로 기업이 학비 전액을 제공하는 등 여러 혜택을 약속하고 입학생을 모집하는 학부 과정으로, 맞춤형 커리큘럼을 통해 반도체 전문인력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설립한 7개 반도체 계약학과 중 4곳의 학과명이 시스템반도체공학과로, 양사는 기존 주력 사업인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인재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5월 'K-반도체 전략'을 통해 향후 10년간 반도체 산업인력 3만6천명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했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반도체 초강대국'을 만들겠다며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을 예고했다.
김기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대변인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업계 1순위의 숙원인 고질적 인력난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반도체 관련 학생과 교수 정원을 확대하고 석박사 전문 인력 확충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근 교수는 "글로벌 경쟁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전문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특히 반도체 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운 학부생과 석·박사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c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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