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도시 폭격에 사망 속출…당국 "숨거나 떠나라"
EU 떠난 입국자 전쟁발발 후 처음으로 출국자 추월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러시아군의 철수로 서서히 일상 복귀에 나섰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러시아 군함 모스크바호의 격침에 따른 보복성 공격으로 피란민들의 귀향길이 불확실해졌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전날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다시 한번 모든 이에게 호소한다. 공습경보를 무시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키이우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려는 시민들은 귀향을 자제하고 더 안전한 곳에 머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 집중을 명분 삼아 철수하기 시작하자 키이우에서는 일상 회복 조짐 속에 일부 피란민들이 귀향하기도 했다. 키이우는 러시아의 침공 전 인구 350만의 도시였지만 지난달 말 기준 인구 절반가량이 떠난 상태다.
그러나 지난 13일 러시아 해군의 '자존심'인 흑해 함대의 기함 모스크바호가 격침된 이후 러시아군은 키이우 주변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키이우 군사시설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 며칠째 계속된 가운데, 전날에는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서 폭음이 잇따랐다.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를 비롯해 자포리자, 도네츠크, 드니프로 등지에서 공습경보가 울렸고, 서부 도시 르비우에서도 폭음이 들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올레그 시네후보프 하르키우 주지사는 도심과 북동부 주거밀집지 살티브카를 겨냥한 로켓포 공격과 포격으로 5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시네후보프 주지사는 우크라이나군이 하르키우 지역에서 반격에 성공해 마을 두 곳을 완전히 탈환했다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나흘간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하르키우에서 18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말했다.
이호르 테레코프 하르키우 시장은 모든 시민이 피란처를 찾을 수 있다면 숨어있으라고 당부하는 한편 여건이 된다면 도시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폴란드, 몰도바를 비롯한 EU 국가에서 우크라이나로 들어온 사람이 떠난 사람보다 많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우크라이나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우크라이나로 들어온 사람은 3만8천여명으로 전날보다 2천명가량 늘었다. 이중 우크라이나 국민은 3만5천여명이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를 떠난 사람은 그 전날 약 3만8천명에서 이날 3만2천여명으로 줄었다.
BBC도 폴란드 출입국관리소 통계를 인용해 이날 우크라이나로 들어간 사람은 2만2천명으로 같은 날 우크라이나를 떠난 1만9천200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같이 우크라이나 입국자가 출국자보다 많은 현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본국에 있는 가족·친척을 만나러 가거나 아예 원래 집으로 돌아가 다시 정착하려는 사람이 늘어난 결과라고 BBC는 추정했다.
또 한편으로는 부활절을 맞아 우크라이나인들이 고향길에 오른 것이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날 유엔난민기구(UNHCR) 발표에 따르면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를 떠난 피란민은 486만9천19명에 달한다. 이중 과반인 270만명 이상이 인접국 폴란드로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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