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개국 채무 부실화됐거나 부실 위험성 높아"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신흥국들의 부채 부담이 가중되면서 신흥국들이 줄줄이 위기를 맞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세계 신흥국이 지난 10년간 저금리·저물가 환경에서 부채가 쌓인데다 코로나19로 정부 지출을 늘린 상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 사태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공급망 혼란으로 물가가 오르자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대책을 고민하는 시점에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이 더해지면서 경제 기초체력이 약한 신흥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WSJ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와 탄탄한 경제 성장률 등을 바탕으로 부채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선진국과는 달리 많은 개발도상국이 직면한 위기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없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제일라 파자르바시오글루 전략정책심사국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한 해 동안 세계 각국 정부·기업·가계 부채 총액의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28%포인트 상승, 256%에 달했다면서 이는 1·2차대전 이후 본 적이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국제 채무상환 유예 프로그램 대상국으로 지정된 저소득 국가 73개국 중 약 56%인 41개국이 이미 부채가 부실화됐거나 부실 위험성이 높은 상태라고 IMF는 보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이런 상태에 있는 저소득 국가 비율이 약 27%였다.
실제 스리랑카는 지난 12일 "IMF와의 (구제금융 지원) 협상이 마무리되고 포괄적인 채무 재조정이 준비될 때까지 대외부채 상환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관광산업이 주력인 스리랑카 경제는 중국과 벌인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등으로 대외 채무가 많이 쌓인 상태에서 2019년 4월 '부활절 테러'에 이어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겪으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스리랑카의 대외 부채는 약 510억달러(약 62조7천912억원)에 이르지만, 외화보유고는 3월 말 현재 19억3천만달러(약 2조3천776억원)에 불과하다.
JP모건체이스 등의 분석에 따르면 스리랑카가 올해 갚아야 할 대외 부채는 70억달러(약 8조6천198억원), 5년간 갚아야 할 대외 부채는 250억달러(약 30조7천850억원)다.
파키스탄은 축출된 임란 칸 총리가 지난 2월 말 일방적으로 15억달러(약 1조8천471억원) 규모의 연료와 전력보조금 지급 계획을 밝히면서 IMF의 지원계획이 중단된 상태이다.
칸 총리는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지난 9일 의회에서 초유의 불신임안이 가결되면서 총리직에서 축출됐다.
지난달 파키스탄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보다 12.7%나 올랐다.
이집트도 코로나19로 주 수입원인 관광산업이 침체한 상태에서 물가 급등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외국자본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집트 중앙은행은 IMF의 지원을 받기 위해 자국 통화를 15% 평가절하하는 조치를 취했다.
지난 2016년 이후 IMF로부터 200억달러(약 24조6천280억원) 정도를 차입한 이집트는 2020년과 2021년 정부 세입 가운데 40% 이상을 부채 상환에 썼으며, 올해도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집트가 자국 통화 가치 평가절하 후 페르시아만(걸프) 연안 국가들로부터 최대 220억달러(약 27조908억원), 유럽연합(EU)으로부터 1억유로(약 1천330억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받았음에도 IMF에 추가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튀니지는 국민에게 기본 식료품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으며, 공무원 임금도 체불된 상태이다.
튀니지는 지난달 세계은행(WB)으로부터 4억달러(약 4천924억원)의 금융지원을 받았으며, IMF의 지원도 기대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국가들의 부채 규모가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보다 훨씬 큰 상태라면서 아직은 부채 위기가 임박한 상태로는 보지 않지만, 일부 국가들은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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