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여성들 '침묵하라' 압박에 맞서 공론화…획기적 사건"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에서 유명 '2세 정치인'에 대해 성추행 의혹이 잇따라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들이 침묵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태국에서도 이른바 '미투'(권력형 성폭력 고발 운동)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18일 일간 방콕포스트와 타이PBS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주 쁘린 파니치팍디(44) 전 민주당 부대표를 상대로 성추행 및 성폭행 고발장이 경찰에 접수됐다.
쁘린 전 부대표는 지난 2002~2005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을 지낸 수파차이 파니치팍디 전 태국 부총리의 아들이다.
부친의 후광에 힘입어 약 3년 전 야당인 민주당의 제2인자에 오르면서 40대 유망주로 평가돼왔다.
그러나 10대 여학생 한 명이 쁘린이 술집과 호텔에서 강제로 자신의 몸을 더듬고 키스했다면서 성추행 혐의로 지난 12일 그를 고소했다.
언론에 이 사실이 알려지자 비슷한 피해를 봤다는 여성들이 나왔다.
현재 그는 2건의 성추행과 1건의 성폭행 혐의로 고소된 상태다.
신문은 추가로 6명의 여성이 비슷한 혐의로 쁘린을 고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보도했다.
그가 피해 여성들에게 고소를 취하해달라며 돈으로 회유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쁘린 전 부대표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나는 결백하다. 고소는 근거가 없다. 나를 아는 이들은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며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법원은 전날 쁘린에 대해 보석을 허가했다. 그러나 법원의 허가 없이는 해외로 출국하지 못하도록 했다.
쁘린은 성추행 의혹 파문이 확산하자 민주당 부대표직은 물론 내달 예정된 방콕 시장 및 시의원 선거대책위원장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초대형 악재에 당 차원의 진상조사 결과 위법 사실이 밝혀진다면 출당 조치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방송은 이번 의혹이 민주당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태국 사회 전반에 충격을 던졌다고 보도했다.
방콕포스트도 몇몇 여성이 침묵하라는 압박에 맞서 자신들의 피해 사실을 공개한 만큼, 이번 사건은 획기적인 일로 비치고 있다고 전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법률 조언을 해주는 까노끄룻 탐빠니차왓은 페이스북에 "대중은 성폭력 피해자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며 "이는 범죄가 가진 충격을 약화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 증언까지 평가절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찌라폽 푸리뎃 중앙수사국장도 신문에 "협박이나 비난을 당할 거라는 두려움이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주된 이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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