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우리 전투기는 매우 낡았어요. 최신식 미사일을 가진 러시아와 1대 1로 싸우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
보안상 '주스'라는 가명을 쓰는 29살의 파일럿.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인 그는 기술적으로나 수적으로 우세한 러시아군에 맞서 매일 조종석에 앉는다.
영국 매체 더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50일 넘은 러시아 공격에 영공을 지키는 '탑건'(Top gun)들을 소개했다.
러시아 전투기는 침공 초기 우크라이나 영공에 들어왔지만,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제 미그-29기(M-29)를 이용한 게릴라 작전으로 막아냈다.
러시아군이 더 큰 피해를 봤다.
실제 양국 군 손실을 추적하는 사이트 오릭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투기 20대와 헬기 32대를 잃었지만, 우크라이나는 전투기 16대와 헬기 3대가 파괴됐다.
전투기 등 우크라이나 무기는 러시아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그러나 승전 소식을 전하는 것은 잘 훈련된 이들 '탑건'이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략적 항공여단 소속인 주스는 "우리는 잘 훈련돼 있고 준비돼 있으며, 매우 의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조기경보 시스템이 있어 우리가 뜰 때부터 (레이더로) 보고 있다"며 "전방에는 지상 방공망을 배치해 매우 매우 낮게 뜰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가인 올레그 즈다노프 예비역 대령은 "(우크라이나) 공군은 수적으로 적지만, 효율적으로 쓴다"며 "자산을 영리하게 사용하는 것이 비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무엇보다 각각의 생명과 전투기를 구하려고 하고 버리지 않는다"며 "둘째는 파일럿이 매우 훈련을 잘 받았다"고 설명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동부 지역에서 친러 공화국이 자체 독립을 선언했던 당시만 해도 우크라이나 공군은 전투기의 유지·보수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매우 취약했지만, 그 이후 훈련과 유지 등 모든 측면에서 크게 개선됐다.
우크라이나군은 동부에서의 러시아군 공격에 대비해 더 많은 전투기와 무기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한다. 새로운 전투기가 있으면 제공권을 확보해 지상 공격기와 우크라이나 장갑을 호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스는 "죽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서가 우리의 일이지만, 특히 우리 가족과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더 효율적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미국은 지난주 수송 헬기를 포함해 8억 달러(약 1조원) 규모의 무기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주스는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수준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에 F-16 전투기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서방 국방 관리들은 F-16 전투기를 제공하는 데 회의적이다. 주스는 소련제 전투기를 조종하고 있지만 몇 주만 훈련받으면 F-16도 조종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즈다노프 예비역 대령도 "전투기와 방공시스템을 중소 사거리에 배치한다면 러시아군을 물리치고 육상에서의 승리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군은 우리 전투기가 매우 낡았다고 양질의 조종사까지 과소평가했다"며 "낡은 전투기로도 파일럿들은 여전히 러시아 공군을 물리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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