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코로나 대가' 성적표 반영 시작…진짜 충격은 내달 통계부터
소비 감소로 전환, 생산·투자 증가세 둔화…요원해진 연 5.5% 성장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에 '제로 코로나' 비용 청구서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뒤늦게 마주한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로 3월 소비가 가장 먼저 감소세로 돌아섰다. 생산, 투자, 실업률 등 여러 지표도 나빠졌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경제수도'로 불리는 상하이를 비롯한 여러 도시 전면 또는 부분 봉쇄에 따른 충격은 4월 통계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 경제 충격 속 민생 안정 척도 실업률까지 악화
3월 중국의 경제 성적표에는 예상대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충격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1분기 성장률은 4.8%로 헝다 사태 충격이 덮친 작년 4분기 성장률 4.0%보다는 높았지만 연간 성장률 목표인 5.5%에는 미치지 못했다.
상하이 등 여러 도시의 봉쇄에 따른 경제 충격이 제대로 반영되기 시작한 2분기 성장률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 봉쇄 정국이 계속되는 한 연간 목표 5.5%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로이터 통신이 집계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5.0%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상하이 봉쇄가 한 달 이상 길어지고,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두 달 가량 부분 봉쇄 국면이 이어진다면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은 3.0%로, 올해 성장률은 4.2%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 당국도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관변 전문가의 입을 빌려 올해 5.5%의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은연중에 시사했다.
국가통계국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야오징위안 국무원 특약연구원은 "당초 올해 5.5% 성장률 목표 달성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3월에 발생한 코로나로 우리는 확실히 영향을 받았다"며 이번 팬데믹이 "우리 경제 발전에 비교적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다른 지표들을 보면, 선전·상하이 등 대도시 봉쇄의 충격이 소비에 가장 먼저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소매판매가 작년 동월 대비 3.5% 감소했다. 소매판매 감소는 우한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6월 이후 근 2년 만에 처음이다.
식품 판매는 급증하고 자동차, 의류 등 당장 필요하지 않은 소비는 급속히 위축되는 '봉쇄 소비' 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소매판매 항목을 보면 음식점 판매액이 16.4% 급감했다.
의류(-12.7%), 화장품(-6.3%), 금·은·보석류(-17.9%), 가구(-8.8%), 자동차(-7.5%) 등 다수 제품군 소비가 크게 줄었다.
주민들이 식료품 사재기에 나서면서 식품과 음료 판매만 각각 12.5%, 12.6% 증가했다.
산업생산과 고정자산투자도 증가율이 전달보다 둔화했다.
3월 산업생산은 작년 동월 대비 5.0% 증가했다. 증가율이 전월(7.5%)보다 축소됐다.
분야별로 보면 공급망 교란 여파에 노출된 자동차(-4.9%)와 반도체(-5.1%) 생산이 감소했다. 시멘트(-5.6%), 조강(-6.4%) 생산도 줄어들었다. 시멘트와 조강 생산 감소는 중국 경제의 또 다른 부담 요인인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1분기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9.3%로 1∼2월의 12.2%보다 4%포인트 가까이 내려갔는데 이는 3월 코로나19 확산이 공공 및 민간 투자 집행에도 영향을 끼쳤음을 시사한다.
민생 안정과 직결돼 중국 당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인 도시 실업률도 3월 기준 5.8%로 전달보다 0.3%포인트 높아진 점도 눈길을 끈다.
안 그래도 중국 통계국의 공식 실업률이 코로나19 봉쇄 같은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는 농민공 등 임시직 노동자들의 실업 현황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 "문제는 유동성이 아니고 봉쇄야"
중국 경제를 짓누르는 최대 요인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단행된 대규모 봉쇄 조치다.
중국 당국은 '인민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뜻의 '인민지상, 생명지상'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인구 2천500만명의 초거대 도시 상하이를 비롯한 다수 도시를 전면 또는 부분 봉쇄하고 있는데 3월 이후로 봉쇄 지역이 대폭 확대됐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상하이를 포함한 중국 45개 도시에서 전면 또는 부분 봉쇄가 진행 중인데 봉쇄 지역의 인구 및 GDP 비중이 각각 25%, 50%에 달한다.
봉쇄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외출이 대부분 금지되고 거의 모든 경제 활동이 멈춰서기 때문에 산업, 소비 등 경제 전반에 무차별적 피해를 안긴다.
특히나 중국의 금융·무역 허브로서 중국 전체 경제의 25%를 차지하는 창장삼각주의 핵심인 상하이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중국 경제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봉쇄 장기화로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항만인 상하이 양산항과 중국 전체 항공 화물의 절반을 처리하는 푸둥국제공항의 가동률도 크게 저하됐다.
경제 매체 차이신은 "작년 GDP가 4조3천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제1의 경제 도시이자 소매판매액 전국 1위인 상하이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항구를 보유하고 있어 중국 경제에서 특히 중요한 곳"이라며 "엄격한 코로나 봉쇄는 상하이 시민 생활 물자 공급에 지장을 줬을 뿐만 아니라 이미 일대 광역 경제권 공급망을 단절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경제를 질식시키는 봉쇄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상하이 봉쇄는 18일로 이미 22일째를 맞았다. 하지만 전날 2만명대 일일 신규 감염자가 발견되는 등 고강도 봉쇄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아 봉쇄가 언제 끝날 것이라는 기약이 없다.
지난 주말에는 삼성 반도체 공장이 있는 시안과 세계 아이폰 조립 거점인 정저우의 일부가 추가로 봉쇄에 들어가는 등 중국의 봉쇄 규모는 날로 커지는 추세다.
봉쇄 여파는 중국 안에서 그치지 않고 공급망을 타고 테슬라, 애플 같은 글로벌 업체들에까지 미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중국 경제에 더 큰 피해를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에서 아이폰에 이르는 세계 공급망을 붕괴시키기 시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공식화할 '대관식' 성격의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경제·사회 안정이 절실한 중국 당국도 경기 안정 조처에 나섰다.
당장 인민은행은 지난 15일 지급준비율을 0.25% 인하해 시중에 100조원대 장기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외자 유출, 급속한 위안화 평가절하 등 일각의 우려에도 경기 안정화를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과 반대의 '역주행'을 택했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오는 20일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도 인하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상하이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봉쇄가 계속 이어져 자영업자, 기업, 임시직 종사자 등 많은 경제 주체들이 질식하는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은 미봉책에 그칠 뿐이지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핀포인트자산관리의 장즈웨이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현 단계에서 지준율 인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국 경제가 직면한 주된 도전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이동을 제약하는 봉쇄 정책이고, 이를 해결할 효과적 정책이 없는 한 경제는 계속 나빠져 2분기에는 마이너스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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