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앞 기자회견 열고 "김태영 대표가 책임져야"
(성남=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웹젠[069080] 노동조합(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웹젠지회)이 파업을 다음 달 2일부터 시작하겠다고 18일 밝혔다. 만약 파업이 실행된다면 이는 국내 게임업계의 첫 파업 사례가 된다.
웹젠 노조는 이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웹젠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파업에 필요한) 법적인 절차는 모두 끝났다"며 "노동절까지 조합원과 결의를 다지고 5월 2일부터 파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가 진전된 안을 제시하고 대화하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교섭에 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7∼8일 웹젠 노조가 조합원 상대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는 투표율 92.8%, 찬성 득표율 72.2%로 가결됐다. 다만 웹젠 임직원 전체 중 노조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웹젠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작년 12월에 2022년도 임금교섭을 위한 노사 상견례를 하면서 회사에 필요 자료를 요청했으며, 올해 1월 2차 본교섭에서는 직원 연봉을 일괄 1천만원씩 인상하고 팀장급 이하의 인센티브 총액을 공개하라는 요구안을 회사에 전달했다.
이어 올해 2월 진행된 3차 본교섭에서 웹젠 사측은 '2022년도 임금은 평균 10% 인상으로 한다'는 한 줄짜리 내용을 담은 대표이사 명의의 문서를 노조 측에 보냈다. 사측은 이 문서가 최종안이라며 별도로 제안된 형태의 교섭은 거부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협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자 웹젠 노사는 지난달 10일 경기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 조정위원회에서 만나 앞으로 노사 간 2차례 실무 회의를 진행하고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웹젠 노조는 조정위원회 이후 이뤄진 1·2차 노사 실무회의에서 회사에 연봉 평균 16% 인상(평균 800만원)과 일시금 200만원 지급을 요구하고, 연봉 동결자에게는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이 '평균 10% 인상'이라는 기존 안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경기 지노위에서 열린 2차 조정위원회에서도 사측은 '평균 10% 인상, B등급 200만원 보장'이라는 대표이사 명의 문서를 제출하는 데 그쳤으며 회의 말미에는 '지회가 쟁의권을 가지더라도 사측의 최종안은 변함없다'고 말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웹젠 노조는 "일부 여론은 '웹젠 연봉이 7천만원인데 너무 과한 걸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실제로 웹젠의 평균 연봉은 5천만원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웹젠의 작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임직원 수는 총 547명이다. 회사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작년 영업이익은 1천30억원이다.
노조는 조정과 실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양보안을 내놨으나 회사가 무성의하게 대응해 조합원들이 파업이라는 마지막 수단을 쓰도록 만들었다며 "파업 이후 모든 결과는 최종결정권자인 김태영 대표이사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노영호 웹젠 노조위원장(화섬노조 웹젠 지회장)은 "연봉제라는 허울뿐인 시스템에서 능력과 성과로 경쟁하지만 정작 본인의 성과를 알 수 없는 이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며 "제대로 된 업데이트를 위해 사람을 뽑고자 하면 '이 돈으로는 사람을 못 뽑는다'는 조직장들의 한탄을 더 듣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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