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민간기업 에너지 점유 제한' 개헌안, 하원서 부결

입력 2022-04-19 00:30  

멕시코 '민간기업 에너지 점유 제한' 개헌안, 하원서 부결
대통령 "반대는 반역" 비판…개헌 좌초되자 리튬국유화법안 발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에너지 시장에서의 국가 통제력을 키우기 위해 멕시코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에너지 관련 개헌안이 하원에서 좌초됐다.
멕시코 하원은 17일(현지시간) 12시간가량 이어진 토론 끝에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을 찬성 275표 대 반대 223표로 부결했다.
개헌안 통과를 위해선 하원 전체 500명의 3분의 2인 333표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다.
여당 국가재건운동(MORENA·모레나)과 연합 정당들이 지난해 6월 중간선거 이후 절대 과반을 놓친 탓에 개헌안 통과를 위해선 야당의 '반란표'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반란표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헌법 내 에너지 관련 일부 조항을 수정하는 이번 개헌안은 에너지 분야에서 정부의 영향력과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체 전력 수요의 54%를 국영기업인 연방전력위원회(CFE)가 담당하게 하고, 외국기업을 포함한 민간의 점유율은 46%로 제한하는 것 등이 골자다. 현재는 민간기업의 점유율이 62%다.
아울러 에너지 규제기관을 독립기구에서 정부 산하로 바꾸는 내용도 담겼다.
전반적으로 이전 정권 시절인 2013년 이뤄진 멕시코 에너지 시장 개방을 되돌리는 방향이었다.

2018년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당시의 에너지 개방이 멕시코 국민과 정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이번 개헌안이 에너지 자립과 멕시코 소비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민간 에너지 업계는 강하게 반발했으며, 미국도 북미 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위반 소지가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친환경·재생에너지에 주로 투자하는 민간 기업들보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국영기업에 우선권을 주는 것은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는 환경단체의 비판도 나왔다.
결국 개헌은 무산됐으나 멕시코 대통령은 의회 과반 찬성만으로도 처리가 가능한 법률 개정을 통해 에너지 개혁을 관철한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실제로 17일 밤 개헌안 부결 직후 그는 개헌안에도 담겼던 리튬 산업 국유화를 위해 광업법 개정안을 의회로 보냈다. 리튬의 생산을 국영기업이 독점하게 하는 내용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18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전날 야당의 개헌안 반대가 "국익이 아닌 외국기업의 이익을 대변한 반역 행위"라고 비판하며 의원들에게 광업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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