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공위성 요격 미사일시험 금지…러·중 압박

입력 2022-04-19 11:28  

美, 인공위성 요격 미사일시험 금지…러·중 압박
해리스 부통령, 우주군 기지서 첫 선언…"러시아 무책임" 비판
인공위성 요격으로 생긴 우주 쓰레기 다른 위성 안전 위협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이 18일(현지시간) 우주 쓰레기를 만드는 인공위성 요격 미사일 시험을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백악관 국가 우주위원회 위원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은 오늘부로 파괴적인 직접 발사 대(對) 위성 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위성 요격 미사일 시험을 금지한 것은 미국이 처음이다.
그는 요격 미사일 시험에 따른 위성 잔해가 우주 비행사와 미군뿐 아니라 전 세계 상업용 위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시속 수천 마일 속도의 농구공 크기 파편은 다른 위성을 파괴하고 모래알만 한 파편도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별도 성명에서 이번 선언이 우주 군사 행동의 새로운 규범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인공위성 요격 시험으로 만들어진 잔해는 모든 국가의 안보와 경제, 과학적인 이해관계에 필수적인 위성과 다른 우주 물체를 위협하고 우주 비행사에 대한 위험도 키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요격 시험은 우주 공간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과 모든 나라의 우주 탐사와 이용을 위태롭게 한다"고 설명했다.


AP 통신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인공위성 파편을 두고 최근에도 신경전을 날카롭게 벌인 적이 있다.
러시아는 작년 11월 옛 소련 시절 배치된 첩보 위성을 요격하는 미사일을 발사했고, 미 우주군사령부는 이 시험으로 1천500여 조각의 우주 쓰레기가 생성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요격으로 생긴 파편이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접근해 우주비행사의 외부 유영이 취소됐다고 항의했다.
이 사건이 있은 지 약 2주 뒤 러시아는 1994년 발사된 미국 로켓 페가수스호의 잔해가 ISS에 접근, ISS가 긴급히 회피 기동해 가까스로 충돌을 면했다고 반박했다.
백악관은 이날 "지난해 러시아의 파괴적인 미사일 시험에서 입증됐고 중국도 2007년에 비슷한 시험을 했다"며 "우리의 약속은 우주 안보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장 시급한 위협을 다룬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도 러시아의 작년 요격 시험을 "무모하고 무책임했다"고 다시 한번 비판했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진영의 정보 위성이 러시아의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이 위성 요격 미사일 시험 금지를 먼저 선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주 공간의 평화적 사용을 옹호하는 비정부기구 시큐어 월드 재단에 따르면 1960년대 이후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는 위성 요격 무기 시험을 10여 차례 실시했다. 이 시험으로 만들어진 우주 파편은 6천300여 개에 달한다.
이 재단의 브라이언 위든 국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선언은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jamin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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