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민철 논설위원 = 러시아의 막강 전함 모스크바호가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는 최근 보도에 눈길이 쏠린다. 러시아 흑해 함대의 기함 모스크바호가 우크라이나가 개발한 지대함 미사일 '넵튠' 공격을 받아 큰 피해를 보았고 결국 침몰했다는 것이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아마도 군사 강대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개월에 가까운 시일이 지나면서도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여전히 점령하지 못한 점과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대표적인 '예상 밖 뉴스'의 하나로 꼽힐 만한 사건이다.
뉴욕타임스(NYT),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큰 폭발이 일어난 모스크바함은 항구 예인 중 악천후와 선체에 입은 손상의 영향으로 흑해에서 14일(현지시간) 침몰했다. 앞서 막심 마르첸코 우크라이나 오데사 주지사는 전날 텔레그램에서 자국군의 '넵튠' 지대함 미사일 2발이 러시아 해군의 순양함 모스크바호에 큰 피해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갑판 화재와 폭풍우 치는 날씨로 인해 침몰한 것이라고 격침설을 부인했다. 이와 관련, 미국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우크라이나군이 넵튠 미사일 2발을 모스크바호에 명중시켜 침몰시켰다고 밝힌 것으로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 보도하기도 했다.
모스크바호는 3중 미사일 방어시스템, 근접방어무기체계 등으로 중무장한 순양함이다. 길이 187m, 폭 21m의 크기에 승조원이 약 500명 이상 탑승할 수 있으며 사거리 700㎞ 이상인 불칸 대함 미사일 10여 기 등을 싣고 있다고 한다. BBC는 모스크바함이 러시아가 실제 운용 중인 함대에서 세 번째로 큰 군함으로, 러시아 전함 중 가장 중무장한 군함 급에 속한다고 소개했다. 모스크바함은 과거 시리아 내전에도 동원됐는데, 모스크바함을 지휘함으로 하는 흑해함대는 순항미사일 등으로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을 지원했다. 반면 넵튠 미사일은 우크라이나군이 소련의 KH-35 순항 미사일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지대함 미사일로, 실전에 투입된 것은 이번 전쟁이 사실상 처음이라고 한다. 사거리 300㎞의 이 미사일은 작년 3월에 우크라이나 해군에 처음 인도됐다고 BBC는 우크라이나 매체를 인용해 전했다.
모스크바호의 침몰은 40년 전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영토분쟁을 벌이던 남대서양의 포클랜드 군도를 놓고 전쟁을 벌일 당시 영국의 최신예 구축함 셰필드호가 아르헨티나 폭격기가 발사한 프랑스제 엑조세 미사일에 맞아 침몰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1982년 4월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에 군부대를 투입해 무력 강점하면서 촉발된 전쟁에서 압도적 군사력을 지닌 영국의 구축함이 5월에 엑조세 미사일에 의해 격침됐다. 당시 이름도 생소한 '엑조세 미사일'에 의해 영국의 최신 구축함이 바닷속에 가라앉은 사건은 영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놀라운 소식으로 받아들여졌고, 이후 유엔 중재로 포클랜드전을 종식하기 위한 평화협상이 진행됐으나 결렬됐다.
전쟁이 발발하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40년 전 포클랜드 전에서 영국은 비록 구축함이 아르헨티나가 발사한 엑조세 미사일에 침몰하는 타격을 입었지만 심기일전해 결국 영국군이 포클랜드를 재탈환하면서 개전 10주만에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포클랜드를 전격 점령하는 승부수를 던졌던 아르헨티나 당시 군부 독재 정권은 이후 시민들의 퇴진 요구 시위에 부닥쳐야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8주가 경과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18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포격 등 대대적인 지상 공격을 시작했다. 전쟁이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바라는 관점에선 암울한 상황이다. 다만 이미 많은 인명피해를 낳은 이 전쟁이 하루속히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종식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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