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30대 K팝 팬 3명, 몬테레이서 '한류 엑스포' 열어
"한류, 많은 이들이 다른 문화에 마음 열 수 있도록 도와줘"
[※ 편집자 주 : '비바라비다'(Viva la Vida)는 '인생이여 만세'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중남미에 거주하는 한인, 한국과 인연이 있는 이들을 포함해 지구 반대편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소식을 전하는 특파원 연재 코너입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북부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의 한 컨벤션센터에서는 지난 16∼17일 이틀간 '한류 엑스포'가 열렸다.
올해 처음 열린 이번 엑스포를 주최한 것은 기획사나 대사관이 아니라 몬테레이에 사는 30대 K팝 팬들이었다.
기획자 중 한 명인 아나 구티에레스(34)는 엑스포를 마친 후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더 성황리에 끝나 매우 기쁘다"며 "3천 명 넘게 찾아와 행사를 즐겼다"고 말했다.
오랜 K팝 팬이자 직장인인 구티에레스는 역시 K팝 팬이면서 일러스트레이터인 친구 펜 가르사(31), 로시 차바리아(33)와 얘기를 나누다 엑스포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얘기를 나누던 중에 누군가가 'K팝 팬들이 한자리에 모여 즐길 수 있는 행사가 있다면 멋질 것 같다'고 했어요. 그러다가 우리가 직접 개최하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죠."
전문 전시기획자도 아닌 친구 세 명이 엑스포를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팬으로서 그 과정조차 즐거웠다고 구티에레스는 말한다.
이번 한류 엑스포에선 팬들이 K팝 아티스트들의 굿즈나 포토 카드, 직접 만든 팬아트 작품들을 사고팔도록 했다.
K팝 관련 포토존도 꾸미고, K팝 커버댄스 경연, K팝 댄스 강좌, 한국 메이크업 시연 등 다양한 즐길 거리도 마련했다.
DJ의 K팝 음악에 맞춰 팬들이 야광봉을 흔들며 흡사 공연장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는 등 몬테레이 일대 팬들이 마음껏 열정을 발산하는 'K팝 놀이터'와도 같은 행사였다.
"몬테레이엔 이런 행사가 없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면서 준비했어요.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앞으로 더 많은 이벤트를 준비하고 싶어졌습니다."
구티에레스는 2007년부터 동방신기의 열혈 팬이었다. 가르사와 차바리아는 각각 BTS와 TXT의 팬이라고 했다.
구티에레스는 자신이 사랑하는 K팝을 다른 멕시코인들에게도 알리기 위해 10년 전부터 노력했지만 그때만 해도 반향이 크지 않았다.
지난 10년 사이 K팝과 K드라마, 한식 등이 점점 인기를 끌면서 이런 대규모 '한류 엑스포'까지 가능해졌다는 것이 감개무량하다고 구티에레스는 말했다.
"왜 K팝을 좋아하는지 이젠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 같아 기쁩니다. 한류는 많은 이들이 다른 문화에 더 마음을 열도록 도와줬어요. 비록 언어가 달라도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이젠 알죠."
한국 문화가 멕시코와 중남미 팬들을 사로잡은 데 대해 구티에레스는 "문화권은 달라도 모두가 이해하는 동일한 감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한국 드라마는 여러 곳에서 존재하는 문제들을 다른 시각에서 풀어줘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구티에레스와 친구들은 한류 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를 더 많이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참가자들도 1년에 한 번 이상 이런 행사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하시더라고요. 다음번엔 어떻게 더 나은 행사를 열 수 있을지 많은 아이디어가 생겼어요. 이미 다음 행사를 준비 중입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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