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압 경찰, 시위대에 실탄사격…양측 충돌에 20여명 부상
라자팍사 대통령·총리 형제 퇴진 거부…개헌 제안만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최악의 경제난으로 일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스리랑카에서 경찰이 반정부 시위대에 실탄 사격을 가해 1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다치는 등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경찰도 시위대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10여명이 부상한 가운데 주변 지역에 통금령이 내려지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0일 현지 매체 뉴스퍼스트와 외신들에 따르면 스리랑카 중부 람부카나 지역에서 전날 경찰이 반정부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경찰은 시위대가 도로와 열차 선로를 점거하고, 주유소에 불을 지르려고 해 최루탄을 발포했으나 상황 통제가 어려워 실탄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발포로 시위대 1명이 숨지고 13명이 부상했다.
스리랑카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 이후 경찰 총격으로 사망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병원 관계자는 "시민 14명이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 왔는데 1명이 숨졌다"며 "경찰 15명도 시위대가 던진 돌 등에 맞아 치료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시위대는 연료 등 생필품 부족과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에 항의하며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첫 사망자 발생 소식이 시위가 더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경찰은 람부카나 지역에 무기한 통행금지령을 발령했다.
수도 콜롬보에서 대통령 집무실 주변에 텐트를 치고 농성 중인 시위대도 군경의 물리적 진압에 대비하고 있다.
스리랑카군이 시위대 진압을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군 당국은 지난 주말 이를 부인하는 성명을 냈다.
라자팍사 대통령의 친형인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는 시위대를 달래기 위해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겠다며 개헌 카드를 전날 꺼내 들었다.
라자팍사 형제는 시민들의 퇴진 요구에 꿈쩍도 안 하고 있으며, 개헌 제안의 세부 사항도 내놓지 않았다.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스리랑카 경제는 2019년 부활절 테러, 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외화가 부족해지면서 석유, 의약품, 종이, 식품 등 생필품난이 발생했고 물가는 연일 급등했다.
주유소에는 기름을 사기 위한 줄이 이어졌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스리랑카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때까지 510억달러(약 62조9천억원)에 달하는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디폴트를 이달 12일 선언했다.
스리랑카는 전날부터 미국에서 IMF와 구제금융 관련 공식 협상에 돌입했다.
알리 사브리 스리랑카 재무장관은 워싱턴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를 만나 신속한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고 스리랑카 재무부가 밝혔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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