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돈 푸는 건 어느 정부나 할 수 있어…어려운 일 해야"(종합)

입력 2022-04-20 20:25  

진념 "돈 푸는 건 어느 정부나 할 수 있어…어려운 일 해야"(종합)
前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KDI 콘퍼런스 기조연설
"정치·정부 리스크 해결 시급…패거리 정치·흠집 내기, 경제 위험요인"
"소득 주도 성장 논란될 때 KDI 무슨 역할했나" 국책연구원 질타도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는 돈을 쓰는 일보다 교육·노동·연금개혁 등 미래를 위한 준비에 앞장서야 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대해서도 부동산 정책, 소득 주도 성장 등이 논란이 될 때 무슨 역할을 했느냐고 질책했다.
경제 원로인 진 전 부총리는 20일 KDI가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국가미래전략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돈 쓰는 일, 돈 푸는 일은 아무 정부나 할 수 있다"며 "정부는 쉬운 일만 찾지 말고 어려운 일 해결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미래를 위한 교육·노동·연금개혁 문제는 정부가 앞장서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다"며 "재정준칙 하나 제대로 국회를 통과시키지 못하는 정부가 과연 제대로 할 일을 하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꼭 있어야 할 데 있는지 개입해서는 안 될 데 있는지 반성해야 할 때"며 "(일자리) 상황이 어렵다고 정부가 심판자·응원단장이 아닌 선수로서 뛰면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오히려 경제 생태계를 혼란스럽게 한다"고 비판했다.
진 전 부총리는 "한국 경제는 성장 잠재력 하락, 고용 사정 악화 및 소득 불균형, 주력산업 경쟁력 위협, 서비스산업 진입 규제, 경제의 정치화로 경제 활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시급히 극복해야 할 위험요인은 정치 리스크와 정부 리스크"라고 말했다.
정치권에 대해서는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며 파트너를 인정하지 않는 것, 미래 비전보다 과거에 매몰된 '패거리 정치'와 흠집 내기, 갈등 조장, 공천권으로 국회의원의 자율적 의사 결정을 제약하는 정당 지배구조 등이 우리 경제의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 전 부총리는 "성장이 복지를 담보하지는 않지만, 성장 없는 복지는 환상"이라며 "지속가능한 포용 성장의 길을 가야 한다" 말했다.
그러면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위해 노사정 대타협으로 고용 안정과 유연성을 제고하고 중부담·중복지 사회로 옮겨가면서 복지 프로그램을 전면 재점검하는 한편 출산·보육·육아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진 전 부총리는 국책연구원이 정책 대안을 공론화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국민한테 많은 실망을 준 부동산 대책을 28번 마련할 때, 소득 주도 성장과 기본소득 시리즈 논란이 제기됐을 때,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문제 등을 다룰 때 KDI 등 국책연구원이 어디 있었는지, 무슨 역할을 했는지 성찰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열린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미중 전략경쟁, 공급망 교란, 디지털 경제 심화, 인구 고령화, 기후 변화 등 우리 경제가 직면한 국가적 난제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뤄졌다.
정대희 KDI 글로벌경제연구실장은 "미중 간 체제 및 기술경쟁이 심화하고 포괄적 보호주의가 등장한 데 이어 반중 공동전선을 펴고자 하는 '보호주의의 진영화' 단계까지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구자현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장은 "세계 각국은 첨단기술을 확보하고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고, 그동안 금기시돼 온 산업정책이 부활하는 양상"이라며 "불확실성에 투자하는 기업에 세제 및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인구 고령화와 관련해 "임금체계 개편과 함께 점진적 정년연장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지만 세대 간 상생을 위해서는 보다 신중하고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화령 KDI 플랫폼경제연구팀장은 "(디지털 플랫폼의) 경쟁정책 재정비 방안을 고민하되, 해외의 급진적인 입법 움직임을 추종하기보다는 점진적 조절이 필요하다"며 "현행 경쟁법 규율체계의 큰 틀 안에서 유연성과 신속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omen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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