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뮤직카우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은 증권"…인정 첫 사례
외부예치·피해보상체계 등 갖춰야 정상영업…유사 플랫폼들도 '비상'
(서울=연합뉴스) 오주현 기자 = 뮤직카우 앱에서 거래되는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 '증권'에 해당돼 관련 규제를 받아야한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이 나왔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20일 정례회의를 열고 뮤직카우의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증권성이 인정됨에 따라 뮤직카우는 자본시장법상 공시규제 위반에 따른 제재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금융위는 당장 뮤직카우의 영업을 중단시키지는 않고,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을 조건으로 제재 절차를 보류하기로 했다.
이날 증선위의 판단에 따라 뮤직카우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조각 투자 플랫폼 업체들도 '재정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뮤직카우의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은 투자계약증권"…수개월 검토 끝 결론
뮤직카우는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개념을 바탕으로 일반인들이 1주 단위로 음악 저작권에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이다.
구체적 사업구조를 들여다보면, 뮤직카우의 자회사 '뮤직카우에셋'이 원작자로부터 저작권 일부를 사들인 뒤 저작권협회에 신탁하고, 저작권 사용료를 받을 권리인 수익권을 취득해 이를 토대로 저작권료 참여권을 발행한다.
뮤직카우에셋은 뮤직카우와 '저작권료 참여청구권' 양도 계약을 맺고, 뮤직카우는 양도받은 권리를 쪼개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2018년 8월 영업을 시작한 뮤직카우는 최근에는 유명 가수를 앞세운 TV 광고까지 내놓고 적극적 마케팅을 펼쳐왔다.
특히 브레이브걸스의 '롤린'과 같이 인기가 역주행한 노래의 경우 2만원대에 상장했던 노래가 약 9개월 만에 131만원까지 치솟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뮤직카우의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거래 서비스가 '인가받지 않은 유사투자업'이라는 민원 등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뮤직카우의 증권성 여부를 검토해왔다.
특히 구매자 본인이 자산의 보유자가 되는 주식 거래와 달리, 뮤직카우의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구매자는 음악저작권을 직접 보유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쟁점이 됐다.
구매자는 뮤직카우를 통해 음악저작권에서 나오는 수익을 받을 권리만 사고파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플랫폼이 망할 경우 소비자들의 피해를 보전할 길이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금융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청구권은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의 법령상 요건에 해당한다"며 뮤직카우가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투자계약증권이란 특정 투자자가 그 투자자와 타인 간의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표시된 것을 말한다.
금융위는 뮤직카우가 이러한 조건을 충족할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이 저작권료 수입 또는 매매 차익을 목적으로 청구권을 매수하고 있어 금융투자상품의 이익 획득 목적도 가지고 있다고 봤다.
◇ "외부예치·피해보상체계 등 갖춰라"…유사업체도 같은 조건 적용될 듯
뮤직카우 거래 상품의 증권성이 인정됨에 따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뮤직카우에 대해 정부는 제재를 할 수 있다.
다만 금융위는 투자계약증권의 첫 적용사례로서 뮤직카우의 위법 인식과 고의성이 낮은 점, 서비스 중지 등 조치가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참작해 제재를 일단 보류했다.
뮤직카우 사업이 창작자의 자금조달 수단 다양화와 저작권 유통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점 등도 고려됐다.
뮤직카우는 이날부터 6개월 이내에 현행 사업구조를 변경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그 결과를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한다.
제재절차 보류 조건에 따라 뮤직카우는 6개월 이내에 투자자 예치금을 외부 금융기관 투자자 명의 계좌에 별도 예치해야 하고, 투자자 피해 보상 체계 마련, 분쟁 처리 절차 및 투자자 피해 보상 체계 마련 등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조건을 이행하기 전까지는 신규 청구권 발행 및 신규 광고 집행이 금지된다. 이미 발행된 청구권은 이전과 동일하게 거래할 수 있다.
조건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 제재절차 진행을 위한 금감원의 조사가 개시되고, 일반적 제재 절차를 밟게 된다.
뮤직카우 측은 "건강한 거래 환경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선위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유예기간 내 신속히 모든 기준 조건을 완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뮤직카우가 사실상 신규 사업을 펼칠 수 없는 강력한 페널티를 받았다고 분석하며, 향후 이러한 조치가 동종 업계에도 똑같이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뮤직카우를 시작으로 미술품, 한우, 빌딩 등에 조각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각 투자 플랫폼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받는 소수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날 결정은 소비자 보호 측면에 방점을 찍은 발표로 보인다"며 "신규 진입자가 들어와야 하는 '폰지 모델'식 사업자로서 이번 결정은 뮤직카우에 큰 페널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자 보호 조건 충족 이전까지 신규 사업을 금지하는 조치가 현재 규제 밖에 있는 업체들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규제의 형평성에 부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여타 조각 투자 사업자들은 향후 발표될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통해 필요한 조치를 진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금융위는 "혁신적 서비스가 투자자 보호와 조화를 이루면서 건전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유사한 사업에 대한 향후 처리방안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viva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