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국방, 15개월만에 첫 통화…대만·우크라 문제 놓고 신경전

입력 2022-04-21 00:16  

美中 국방, 15개월만에 첫 통화…대만·우크라 문제 놓고 신경전
카운터파트 문제로 1년 넘게 기싸움…결국 중국측 주장 관철돼
美 "북핵 관련 우려도 제기"…中 "대만 잘못 처리시 심각한 영향"


(워싱턴·베이징=연합뉴스) 류지복 김진방 특파원 = 미중 갈등 고조 속에 양국의 국방 장관이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통화했다.
미 국방장관의 카운터파트를 놓고 1년 넘게 진행된 기 싸움 끝에 미국이 중국의 주장을 결국 수용해 어렵사리 성사된 통화지만, 협력 합의보다는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차를 드러내는 등 양국 갈등의 현주소를 확인한 자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장관)과 45분가량 통화했다.
오스틴 장관이 지난해 1월 취임한 뒤 무려 15개월 만에 이뤄진 통화다.
오스틴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만, 대북 정책 등 군사·안보 분야에서도 미중의 이견이 분명한 상황을 반영하듯 합의 도출보다는 미국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여겨진다.
AP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핵, 우주, 사이버 분야 등에서 미중 간 전략경쟁을 관리하고 위기시 소통 채널을 개선하는 일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또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도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활동에 관한 미국의 우려를 제기했다.
오스틴 장관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우려 역시 거론했다고 AP는 전했다. 미국은 중국을 향해 대북 제재 이행 강화와 함께 북한의 대화 테이블 복귀를 위한 협력을 촉구해 왔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의 러시아 지원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거론된 것으로 보인다.
AP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 때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할 경우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은 후속 조처로 이날 통화가 이뤄졌다면서, 웨이 부장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국 국방부에 따르면 웨이 부장은 이날 통화에서 "중국은 미국과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대국관계를 수립하기를 원한다"면서 "국가의 이익과 존엄을 지킬 것이니 미국은 중국의 의지와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웨이 부장은 대만 문제에 대해 "대만은 중국에서 떼어낼 수 없는 일부분이다. 이는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사실이자 현상"이라며 "대만 문제가 잘못 처리되면 양국 관계를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미국 측에 해상 군사도발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문제를 이용해 중국을 모함하고 협박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고 중국 국방부는 전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오스틴 장관이 핵심 이슈에도 주요한 돌파구를 애초 기대하지 않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양국은 2008년부터 국방장관 간 통화 채널을 마련했다.
오스틴 장관은 지난해 취임 후 웨이 부장보다 서열이 높은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쉬치량(許其亮) 부주석과의 통화를 희망했다.
하지만 중국은 의전을 지킬 것을 고집하며 미국의 제안을 번번이 거절해 1년이 훌쩍 넘도록 지금까지 양국 국방장관 간 통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전 미국 국방장관들은 쉬 부주석이 아닌 웨이 부장과 대화를 나눴다는 게 AP의 전언이다.
일례로 오스틴 장관의 전임인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이 2020년 8월 통화한 상대방도 웨이 부장이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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