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하면 전수검사 검토" 해명…업계는 '남탓' 급급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5G 통화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는데도,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소비자 체감품질과 직결된 무선국의 세부 현황을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통신사의 투자를 독려하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해야 할 정부 주무부처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2일 이통 3사의 전체 5G 무선국 중 기지국과 중계기 비중에 대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 지금까지는 해당 자료의 필요성이 크게 제기된 적이 없었다"며 "필요하다면 전수조사를 해서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각각 실외용과 실내용으로 주로 쓰이는 기지국과 중계기는 설치 현황에 따라 소비자 체감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앞서 연합뉴스는 자체 입수한 과기정통부와 업계 자료를 토대로 전체 5G 무선국 46만대 중 중계기는 6%인 3만대에 불과해 실내 통화품질 저하를 야기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자 과기정통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과기정통부는 기지국과 중계기를 실내·외용으로 구분해 통계를 발표한 바 없다. 해당 기사의 통계자료도 과기정통부 출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연합뉴스가 과기정통부 출처의 공식 통계를 요구하자, 과기정통부는 자료가 없다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는 전수조사를 검토한다고 했으나 실행 여부는 결정된 게 전혀 없는 상황이다.
과기정통부가 5G 품질의 핵심 지표가 될 수 있는 자료를 아예 관리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통신업계와 장비업계 등 관련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내 통화품질 문제가 고질적인 소비자 불만 사항인 상황에서 정부의 이런 답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료를 취합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사안도 아닌데 정부가 출처만 부인하고 실제 현황은 밝히지 않고 있다"며 "실내 망 투자 부실이 확인될 경우 소비자 불만을 우려해 공개를 꺼린다는 게 합리적 의심"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통신업계에서는 책임을 회피하고 문제의 초점을 흐리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5G 주파수 추가 할당이 연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설비투자가 미진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 자체가 특정 통신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이런 지적을 통신업계 내의 다툼으로 호도하기도 한다.
정작 어느 통신업체도 이번 보도 이후 실내 망 투자나 중계기 설치 현황 등 소비자의 궁금증에 대한 답은 전혀 내놓지 않고 있고, 과기정통부 역시 통신업체들과 똑같은 태도다.
이미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5G의 경우 도달 거리가 짧은 주파수 특성상 실내 중계기의 중요성이 LTE보다 더욱 크다"며 "정부가 중계기 설치 현황 자료를 정확히 공개해 소비자들의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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