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 돈바스서 단계적으로 공격 수위 높일 듯"

입력 2022-04-21 16:23   수정 2022-04-21 17:17

[우크라 침공] "러, 돈바스서 단계적으로 공격 수위 높일 듯"
'속전속결' 시도했다 실패한 북부 전선 경험으로 신중해져
돈바스 전투 장기화하면 우크라이나 불리해질 수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단계적으로 공격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속전속결' 전략을 폈다가 실패한 북부 전선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선 18일 전투가 시작된 이후 48시간이 지났으나 러시아군이 본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공격하진 않고 있다.
영국 국방·안보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지상전술 전문가 닉 레이놀즈는 "러시아군의 전략은 무질서하고 큰 대가가 따랐던 2, 3월 작전의 상황이 재연되는 걸 피하려고 느리고 체계적인 공세를 펼친다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은 개전 초기 우크라이나 북부 주요도시를 빠르게 점령하는 속도전을 펴 큰 도로를 따라 무작정 기갑부대를 진입시켰다가 서방이 제공한 휴대용 대전차무기와 무인기 등에 큰 손실을 입었다.
따라서 돈바스에서는 전투에 더 신중해졌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 당국자들도 "현재까지의 공격은 대규모 공격작전의 전주곡에 불과하다"라고 20일 말했다.



이렇게 진행된다면 러시아가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인 5월 9일까지 국내외에 '승리'를 입증할 만한 군사적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워진다.
일각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월9일에 '돈바스 해방'을 선언할 수 있도록 공세를 서두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그런 정치적 계산을 제쳐둔다면 러시아군 입장에선 굳이 성급하게 전투에 나설 이유가 없을 수 있다.
시가전이 불가피했던 북부와 달리 우크라이나 동부는 몸을 숨길 지형지물이 없는 광활한 초원이어서 수십㎞ 거리에서 서로 포탄을 쏘아대는 화력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장거리 포격으로 방어선을 약화하고 돌파를 시도하는 1차 세계대전식 장기 소모전이 벌어질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전력상 우위에 있는 러시아군이 훨씬 유리한 조건이라는 의미다.
돈바스 지역은 지리적으로 러시아와 가까워 북부 전선보다는 보급이 쉬운 점도 러시아군이 신중하게 움직일 수 있는 이유로 보인다.
미 정보당국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이후 두달간 전투를 치르면서 상당한 손실을 입었지만 여전히 전투력의 75%가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군 병력은 78개 대대전술단(BTG)으로 완편 기준 6만2천명에 해당한다. 이 중 12개 BTG는 우크라이나 남부 전략요충지인 마리우폴 공략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북부지역에서 철수한 뒤 재편성·재무장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맞설 우크라이나군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병력수에서 러시아군에 2대 1에서 3대 1까지 열세일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우크라이나군은 전쟁전 기준 4만∼4만5천명이었으나 지난 두달간 장병 2천500∼3천명이 전사했고 1만명이 부상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밝힌 상황을 고려하면 가용 병력이 이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

무기와 탄약 수급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은 유리하지 않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2.5배에 이르는 포병 전력으로 전쟁을 시작했고, 현재도 50㎞ 바깥에서 우크라이나군을 타격할 수 있는 대구경포 전력의 80% 이상을 온전한 상태로 보유했다.
반면, 전쟁으로 자국내 산업기반이 붕괴한 우크라이나는 장기전이 되면 보유한 소련제 대구경포에 쓰일 152㎜ 포탄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
가디언은 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8억 달러(약 1조원) 규모의 추가 군사원조를 발표하면서 155mm 곡사포 18문과 탄약 4만발을 전달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 결정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실제로 전쟁이 장기화하고 포탄 부족하게 된다면 곡사포 18문은 러시아군을 막아내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가디언은 러시아군이 지나치게 분산됐던 전력을 동부에 집중해 수적 우위를 확보, 이지움과 마리우폴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군을 포위, 격파하고 북상하는 전략을 구사하면 우크라이나군이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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