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사 "독일 무기고에 마르더 경전차 400대 있어…이해할 수 없다"
독 외무 "나토 동맹국이 우크라 지원하면 우리는 동맹국에 무기 보충" 제안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독일이 우크라이나로 중화기 지원을 망설이면서 국내외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독일군 고위 관료가 우크라이나로 중화기를 지원하면 국내에 무기가 부족해져 방어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마르쿠스 라우벤탈 독일 육군 부참모총장은 이날 독일 방송 ZDF에 출연해 "독일 연방군은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무기를 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무기를 지원하면) 우리의 방어 능력이 심각하게 취약해질 수 있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독일 군수업체 레인메탈에 퇴역한 경전차 마르더 100대를 주문했다. 하지만 이를 재정비하는 데는 수개월이 걸려 전차가 공급되기 전 돈바스에서의 전투가 끝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레인메탈이 무기 공급 준비가 끝나기 전에 독일군이 보유한 마르더 경전차 100대를 빌려줄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전날 주요 7개국(G7)과 긴급 화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전차와 수송 장갑차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이를 거절한 상태다.
라우벤탈 부참모총장의 발언에 독일 주재 안드리이 멜니크 우크라이나 대사는 독일군 무기고에는 마르더 경전차가 400대 있다며 "우크라이나로 더는 무엇도 전달할 수 없다는 독일군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장갑차 등 중화기를 공급하는 것은 금기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배어복 장관은 이날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열린 발트 3국(라트비아·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 외무장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독일에서 이뤄지는 논란을 보면 그렇게 안 보일 수 있지만, 장갑차 공급은 가능하고 금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독일 연방군이 단기간에 이를 공급할 상황이 아니라며 지금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하고, 동맹국들이 중화기를 공급하면 독일은 훈련과 정비를 돕겠다고 말했다.
배어복 장관은 또 동맹국이 러시아식 중화기를 보유했다면 이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고, 독일은 이 동맹국이 무기를 보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순번교환' 방식을 제안했다.
이 같은 독일의 입장에 더타임스는 숄츠 총리가 소속된 여당 사회민주당(SPD)이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까닭에 우크라이나로 중화기 공급을 망설이고 있다고 논평했다.
이 신문은 또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의 경우 20년 가까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후원자였으며 러시아 가스회사로부터 매년 85만 유로를 자문료로 받았다고 지적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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