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보내는 이주민 받는 르완다 속내는 '인권탄압국 세탁'

입력 2022-04-21 21:12  

영국서 보내는 이주민 받는 르완다 속내는 '인권탄압국 세탁'
AFP "카가메 정권, 자국 출신 해외망명객 암살 등 악명 씻으려고"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최근 영국이 불법 이주민과 망명 인정을 받지 못한 신청자를 르완다로 내보내려는 방침으로 논란을 빚은 가운데 정작 르완다는 이를 통해 인권 탄압국이라는 오명을 씻으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1일(현지시간)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영국은 르완다와 체결한 이번 합의의 대가로 1억2천만 파운드(약1천942억 원)를 제시했지만, 관측통들은 돈이 르완다 당국의 주된 동기가 아니라고 본다.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그동안 해외 망명객들을 암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이번 영국과 망명 신청자 수용 합의를 통해 르완다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고 자국에 대한 인권 탄압 우려를 불식하려 한다고 수도 키갈리에 있는 변호사이자 분석가인 루이 기티니와가 AFP에 말했다.
카가메 대통령은 르완다를 서방의 동맹국이자 아프리카 전역에서 분쟁 '소방수'라고 자임해왔다. 지난해 르완다는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와 전투를 위해 모잠비크에 병력 수천 명을 파견했다.
기티니와 변호사는 "카가메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자신의 인권 기록에 대한 신임의 표시로 활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즉 1994년 르완다 대학살에 맞선 소수계 투치족 반군 지도자 출신으로 장기 집권하면서 르완다를 강력하게 통제해온 카가메 대통령으로서는 아프리카의 핵심 지도자이자 '문제 해결사'라는 이미지를 굳히기 위한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실제로 이번 합의를 계기로 지난해 1월만 해도 르완다의 인권 유린과 언론 자유 침해를 문제 삼던 영국이 태도를 180도 바꿨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주 르완다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로서 세계적으로 이주민을 받아들여 통합하는 이력으로 인정받는다"고 칭찬했다.
이 같은 모순된 코멘트는 키갈리 당국이 해외에 있는 르완다 출신 망명객 등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는 것과 관련, 이번 합의로 어떻게 여론을 바꿀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중앙아프리카 국장인 루이스 머지는 "르완다 요원들이 해외에서 르완다 망명객들을 암살해왔다는 신빙성 있는 혐의가 있다"면서 "많은 난민은 르완다 정부의 검은 마수가 유럽, 캐나다, 호주까지 미친다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영화 '호텔 르완다'의 실제 주인공이자 카가메 정권 비판론자인 폴 루세사바기나는 테러리즘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앞서 2020년 8월 해외에서 부룬디 행이라고 생각하고 비행기에 탑승했으나 대신 르완다에 착륙한 이후 당국에 체포됐다. 그의 가족들은 이를 르완다 당국의 납치극이라고 주장한다.
르완다는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집계한 2021년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180개국 중 156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보다 한 계단 더 떨어진 것이다.

르완다 국내적으로는 이번 영국과 합의에 대해서 대체로 입을 다물고 있다.
일부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현지 언론인 존 윌리엄스 은트왈리는 공개적으로 불편해하는 소수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이번 합의가 "난민과 망명 신청자의 권리를 위반한다"면서 "사람들을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나라로 강제로 보내는 것은 비도덕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다만 르완다는 이전에 아프리카연합(AU), 유엔 난민기구와 합의하고 리비아 난민을 수용한 적이 있다. 지난해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무장 정파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발생한 난민들에 대해 임시 망명 지위를 부여하기도 했다.
영국과 르완다 간 합의는 어떻게 이행될지 아직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고 AFP는 덧붙였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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