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美대사의 동선…중국보다 파트너국가 인사 많이 만나

입력 2022-04-22 12:04   수정 2022-04-22 15:03

주중美대사의 동선…중국보다 파트너국가 인사 많이 만나
트위터에 올린 부임 초기 활동에 아태·유럽 대사 회동 다수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과 중국 간 전략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 첫 주중대사로 부임한 니컬러스 번스 대사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3주 격리를 거쳐 지난달 28일 공식 업무를 시작한 번스 대사가 트위터에 올린 활동을 보면 중국 측 인사와의 회동보다 중국에 주재하는 동맹국 외교사절과의 회동이 많았다.
번스 대사 트위터 계정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이후 22일 현재까지 번스 대사가 중국 당국자와 만난 사실을 올린 게시물은 지난 2일(이하 트위터 게시일)의 신임장 사본 제출 관련 내용과 9일의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의 회동 관련 내용 등 2건뿐이다.
나머지 게시물은 일본 대사, 우크라이나 대리대사(이상 7일), 유럽연합(EU) 대사(8일), 스웨덴 대사(14일), 호주, 인도 대사(이상 18일), 싱가포르 대사(20일), 폴란드 대사(21일) 등과의 만남에 대한 것이었다.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등 중국 견제에 초점이 맞춰진 아태지역 협의체에 참여 중인 나라들과,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는 유럽국가 외교사절과의 만남이 번스 대사의 부임 초반 일정표를 채운 것이다.
번스 대사는 트위터 게시물에서 동맹 관계를 강조했다.
일본 대사와의 회동에 대해 "부임 후 첫 공식 만찬을 일본대사와 했다"며 "우리의 위대한 동맹국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상징한다"고 썼다.
인도 대사와의 만남에 대해서는 "인도는 가치 있는 미국의 전략 파트너"라며 "쿼드 백신 파트너십에서 인도의 주도적 역할에 감사한다"고 썼다. 또 호주 대사와의 회동에 대해 "호주는 강력한 동맹이자, 오커스와 쿼드 멤버"라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공조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U대사와의 회동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잔인한 우크라이나 침공을 포함한 주된 도전에 대해 함께 대응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에 중점을 뒀다"고 소개했다.
번스 대사가 중국 측 인사들과의 회동 사실 중 일부를 공개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대사가 주재국 이외의 다른 나라 외교사절과의 활동 내용을 이처럼 빈번하게 소개하는 것은 통상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일본, 인도, 호주 등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아태지역 파트너 국가들과의 외교 행보를 쿼드, 오커스 등 중국 견제를 위한 협의체 이름을 직접 거명해가며 소개한 것은 주재국인 중국의 반발을 살 수 있는 내용이었다.
결국 번스 대사의 재임 초반 일정들은 협력보다는 경쟁에 방점이 찍힌 현재의 미중관계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양자 관계가 긴장되더라도 상대국에 주재하는 대사는 강성 발언을 자제하며 '완충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은 대사까지도 상대국을 견제하는 최전방에서의 역할을 맡고 있는 양상이다.
작년 여름 부임한 친강 주미 중국대사도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맡은 듯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
친 대사는 지난 1월 미국 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당국이 미국의 힘을 업고 독립으로의 길을 계속 가면 중국과 미국 두 강대국이 군사적 충돌에 연루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사로서는 이례적으로 무력 충돌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편,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장하성 대사가 번스 대사와 만났는지 여부에 대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미국 대사관과 계속 소통 중"이라고 답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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