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검찰, 성범죄로 복역 중인 독일인 용의자로 지목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15년 전 영국은 물론 유럽사회를 뒤흔든 세 살배기 영국 여아 매들린 멕켄 납치 의혹사건의 용의자가 공소시효 만료 직전에 특정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포르투갈 파루시 검찰은 20일 성명을 내고 한 독일인 남성을 유력 용의자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매들린은 2007년 5월 3일 포르투갈 남부 유명 휴양지인 알가브르 지방의 프라이아 다 루즈의 레저용 아파트에서 자취를 감췄다. 매들린의 부모는 매들린과 당시 두살짜리 쌍둥이 동생들을 아파트에서 재운 뒤 인근 식당에서 지인들과 식사를 하고 돌아왔다가 매들린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파루 검찰은 용의자의 신원을 공개하지는 않은 채 "독일 당국의 요청으로 이 남성을 용의자로 특정한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앞서 수사선상에 오른 바 있는 독일인 크리스티안 브뤼크너(44)가 포르투갈 당국이 특정한 용의자라고 전했다.
앞서 독일 경찰은 2020년 브뤼크너를 매들린 실종에 연루된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브뤼크너는 매들린이 실종된 포르투갈 알가브르에서 2005년 72세의 미국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2019년 독일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현재 독일 북부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해외 고급 휴양지에서 세 살배기 여아가 깜쪽같이 사라진 이 미스테리한 사건은 당시 영국은 물론 유럽사회에 큰 충격을 주면서 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매들린의 부모는 딸의 실종 이후 직장도 그만두고 딸을 찾았지만, 이 과정에서 되레 딸을 살해한 용의자로 몰리는 등 고초를 겪었다.
이 사건은 '해리포터' 작가 조앤 롤링이 보상금을 내걸며 매들린 찾기에 나서고, 당시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무사 귀환을 위한 특별 기도를 하는 등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도 여러 편 만들어졌다.
포르투갈에서는 공소시효가 15년이고 시효가 만료되는 내달 3일 이후에는 특정인을 용의자로 지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포르투갈 검찰은 그러나 이번 조치는 공소시효 만료와는 무관하며, 범죄와 관련한 강력한 단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르투갈은 영국, 독일 사법 당국과 공조해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번 조치로 브뤼크너가 포르투갈로 송환돼 조사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용의자로 공표된 브뤼크너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재판 자료에 따르면 1995년∼2007년 알가브르 지방에서 거주한 그는 호텔과 레저용 아파트를 상대로 한 절도, 여권 위조 등의 범죄 전력이 있다.
경찰은 또한 이 지역에서 벌어진 다른 아동의 실종 사건에도 그가 연루돼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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