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진, 역대 최다 암환자 1만2천여명 분석 결과
"암 발병 경고하는 신호…발병 원인 특정해 치료·예방 기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영국 연구진이 암 발병을 경고하는 인체의 유전자 신호를 무더기로 발견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 BBC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암환자 1만2천여명의 유전자를 분석해 암 발병의 단서가 되는 유전자 변이 패턴 58개를 새로 밝혀냈다.
기존 다른 연구에서 암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변이가 이번 연구에서 재확인되기도 했다.
암은 유전자 변이 때문에 체세포가 악성으로 변해 통제할 수 없을 수준으로 자라나는 질병이어서 암을 유발하는 변이만 알아낸다면 조기에 진단할 가능성이 커진다.
더 타임스는 암 환자 수천명의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방식의 연구로는 이번이 역대 최대라고 보도했다.
연구에 참여한 안드레아 데가스페리 박사는 "게놈(유전자 염기서열의 총집합)을 전체적으로 분석함에 따라 개인에게 암을 일으킨 모든 변이의 전체 그림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암마다 변이 수천개가 연계되는 상황에서 환자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전례없이 찾아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58개 새 변이 신호를 발견해 암에 대한 지식을 늘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암 발병의 경고로 읽힐 수 있는 유전자적 신호를 규정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암의 치료,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서리나 닉-재니얼 케임브리지대 유전자약학 교수는 "암을 일으킨 범인을 특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특정한 변이 패턴의 정체를 밝히는 것은 범죄 현장에서 지문을 찾는 것처럼 중요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이상한 변이 패턴이 포착돼 특정 약물로 표적 치료를 한다든지 암 발병과 관련해 개개인의 아킬레스건(취약점)을 포착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실제로 암이 발병하지 않았는 데도 유방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인 브라카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발견되자 유방을 절제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도 이번 연구에 따라 전체 유전자 정보를 암의 예방과 치료에 이용할 수단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영국 보건부가 소유한 유전자 연구업체 '지노믹스 잉글랜드'의 수석 과학자 매트 브라운은 "암 진단과 암 환자 관리를 개선한다는 궁극적 목표를 세우고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변이 단서를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과학자와 의료진이 이번에 새로 발견된 암 관련 변이를 확인해 대상 환자의 유전자와 비교할 수 있도록 돕는 컴퓨터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환자 치료에 유전자 정보를 활용하는 방안을 점점 확대하고 있다.
NHS는 2019년 발표한 장기계획에서 "일상 치료의 일부로 전체 게놈 분석을 제공하는 첫 국가보건체계가 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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