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최근 중국에서는 14억 인구가 벅찬 애국심을 가누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 건설을 위해 선저우 13호를 타고 우주로 떠난 우주비행사들이 183일 만에 귀환한 일이다.
자이즈강, 왕야핑, 예광푸 등 세 명의 우주비행사가 지구에 도착해 캡슐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대륙은 열광하며 커다란 박수를 보냈다.
주요 매체들은 이들이 착륙하는 순간부터 캡슐 밖으로 나오는 모습, 베이징 공항에 도착하는 모습 등을 생중계했다.
중국은 우주비행사들과 함께 '우주 강국의 꿈'을 쏘아 올렸고, 이들은 우주를 '천년의 꿈'으로 여긴 중국인들에게 우주 개발이라는 꿈을 선사한 것이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선저우13호 귀환 기록#'이라는 해시태그 조회 수가 수억 건에 달했고, 중국 중앙(CC)TV는 '영웅의 귀환'이라며 이들이 중국의 자존심을 세웠다고 높이 평가했다.
중국은 올해 유인 우주선, 화물 우주선, 실험선 등 모두 6차례의 우주선을 발사해 연말까지 우주정거장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이 구축 중인 우주정거장은 현재 미국 등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3분의 1 크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의 대러 제재와 관련해 러시아가 제재를 풀지 않으면 ISS 운영 관련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중국이 건설 중인 우주정거장이 한층 주목받고 있다.
내년에는 중국판 허블 망원경으로 불리는 '쉰톈'을 쏘아 올려 우주 관측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첫 태양 탐사 위성 '시허'를 쏘아 올렸다.
시허는 태양 폭발 시 대기 온도와 속도 등 물리량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어 태양 폭발의 동역학 과정과 물리 메커니즘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5월에는 화성에 탐사선을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가 번번이 실패하고 미국도 절반은 성공하지 못한 화성 착륙을 단번에 성공시키면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화성에 탐사선을 착륙시킨 국가가 됐다.
탐사로봇 '주룽'은 화성의 토양, 수분, 지질 특성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해 지구로 전송했다.
앞서 2019년에는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에 탐사선 '창어 4호'를 착륙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55회 발사체를 우주에 쏘아 올리며 미국과 러시아를 뛰어넘은 중국은 올해도 40회 이상 발사체를 통해 '우주굴기'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중국이 계획 중인 우주 프로그램은 더 놀랍다.
중국국가항천국(CNSA) 발표와 네이처닷컴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이르면 2024년 소행성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이 탐사선은 지구와 비슷한 궤도로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의 준위성인 '카모 오알레와'(Kamo`oalewa)에 착륙해 시료를 채취한 뒤 2026년께 복귀하게 된다.
사람이 달에 상주하는 유인 달기지 건설 계획도 갖고 있다.
목성과 그 주변의 얼음으로 된 위성을 탐사하는데 필요한 연구를 진행하고 2030년대 초반에는 세계 최초로 우주에서 중력파를 관측하는 위성도 발사할 계획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나 추진할 만한 일을 하나씩 성공하며 우주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어떤가?
반도체 강국·자동차 강국을 자부하지만, 위성과 로켓 기술에서만큼은 뒤처져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1차 발사에서 미완의 성공을 거뒀을 당시 중국 항공우주 전문가 황즈청은 "누리호가 한국 항공우주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기술 수준이 선진적이라고 볼 수 없으며 세계 주요 항공우주 강국의 운반 로켓과도 아직 차이가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기분은 나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미래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는 앞서갔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도태됐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미래기술은 4차산업이고, 앞으로는 우주개발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중국이 우주개발에 나서는 속내는 차치하고 우주 관련 다양한 성과를 내세우며 TV와 인터넷을 통해 야단법석을 부릴 때마다 아쉬움과 부러움이 커져만 간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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