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모디 정상회담…"인도의 자체 전투기 제작 지원"
"올해 말까지 FTA도 마무리"…우크라 사태엔 종전 촉구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영국이 러시아 제재에 소극적인 인도를 끌어안기 위해 군사·무역 협력 강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22일(현지시간) 힌두스탄타임스 등 인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정상 회담을 열고 국방, 에너지, 투자 등 여러 방면에서 협력을 약속했다.
회담에서는 특히 존슨 총리가 적극적으로 협력 강화 의지를 보였다.
존슨 총리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인도의 자체 전투기 제작을 돕고 군사 물자의 납품 시간을 단축하는 등 국방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과 인도는 새롭고 확장된 국방·안보 파트너십에 동의했다"며 "인도는 이를 통해 자국 국방 산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존슨 총리는 "디왈리 이전까지 새로운 자유무역협정(FTA)을 성사시키는 게 목표"라며 "인도가 여러 관세를 인하하는 것에 감사하며 우리도 관세를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디왈리는 매년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열리는 인도의 대표적인 힌두교 축제다. 양국은 지난 1월부터 FTA 체결을 위한 공식 협상을 시작한 상태다.
존슨 총리의 이런 발언은 러시아산 무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인도가 대러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과 맞물려 주목받았다.
인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의 회원국이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지 않았다.
지난달 초 유엔 총회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이어 지난 8일 우크라이나 부차 민간인 학살 의혹과 관련한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 정지 결의안 표결에도 기권했다.
인도는 서방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원유 수입도 최근 크게 확대했다.
AP통신은 "존슨 총리가 경제와 국방 협력 확대를 통해 인도의 러시아에 대한 의존 탈피를 도우려는 조치를 발표했다"고 평가했다.
모디 총리는 존슨 총리의 인도 방문을 환영하며 "존슨 총리가 독립 75주년을 맞아 자축하고 있는 인도를 찾은 것은 역사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언급하면서 "두 정상은 즉각 종전을 촉구했으며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해법의 필요성에 대해 함께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존슨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인접국인 폴란드에 탱크를 공급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폴란드가 러시아와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자국 탱크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 주에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대사관도 다시 문을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올해 말까지 전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질문에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다"며 전쟁이 빠르게 종식될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다만, 대러 제재에 소극적인 인도의 태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르시 V. 슈링라 인도 외교부 차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존슨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인도의 입장에 대해 어떤 압력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 견제에 대해서도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 총리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유지하는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은 미국 등 서방이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는 의미로 자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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