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친러 후보 르펜, 러 군수업체에 160억 빚 상환중"

입력 2022-04-23 15:49   수정 2022-04-24 11:52

[프랑스 대선] "친러 후보 르펜, 러 군수업체에 160억 빚 상환중"
"러 업체와 대출계약 덕분에 선거자금 확보·대선 출마 가능해져"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친러시아 성향 마린 르펜 프랑스 대선후보의 소속 정당 '국민연합'(NR)이 러시아 군수업체에 거액의 빚을 상환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가 입수한 계약서 사본에 따르면 NR은 2020년부터 2028년까지 러시아 항공기 부품회사 '아비아자프차스트'(Aviazapchast)에 대출 총액 1천200만 유로(약 161억원)에 대한 원리금을 분기별로 상환 중이다.
모스크바에 본사를 둔 아비아자프차스트는 러시아 군용기에 쓰이는 재생부품, 연료, 윤활유 등을 중동·아시아·아프리카 등에 공급하는 업체다.
이 회사는 2020년 11월 이란, 북한 등에 무기를 공급했다는 이유로 미 국무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제재 대상은 아니다.
르펜 후보의 소속 정당 NR은 앞서 2014년 러시아 은행 '퍼스트 체코-러시아은행'에서 940만 유로를 빌린 바 있다. 당시 대출의 상환일은 2019년 9월이었다.
그러나 아비아자프차스트가 2016년 이 대출에 대한 채권을 넘겨받으면서 NR 입장에서는 상환일이 2028년까지로 거의 10년 가까이 미뤄졌다.
이는 프랑스 정당의 통상적인 대출 상환 기간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WSJ는 전했다. 이 대출을 넘긴 이후 퍼스트 체코-러시아은행은 파산했다고 한다.
이 계약 덕분에 NR은 선거자금을 확보했고, 이에 따라 르펜의 대선 출마가 가능해졌다고 WJS는 덧붙였다.
당시 아비아자프차스트와 대출 계약에 참여했던 NR 핵심 관계자는 "대출 이율이 6% 수준으로 높기 때문에 아비아자프차스트 측은 투자금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는 출마 후보가 5% 이상 득표하는 경우 선거 비용의 절반을 보전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각 정당이 금융 기관 대출에 선거 비용을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에서는 은행이나 기업이 정당에 선거 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대출만 가능하다.
WSJ에 따르면, 프랑스의 선거자금 감독기관 '정치자금 조달을 위한 국가위원회(CNCCFP)는 이 계약을 검토한 결과 "기존 대출을 교체한 것이 아니라 수정한 것"이라며 "선거자금 간접 지원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르펜 후보는 과거 친러시아 성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그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에 찬성하고, 이에 대한 유럽의 대러시아 제재에는 반대 의견을 드러냈다. 다만 르펜 후보는 러시아의 이번 침공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르펜 후보는 "우리는 가난한 정당이지만 그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해왔다. 그는 또한 프랑스 은행들이 대출을 꺼렸기 때문에 해외 은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도 해왔다고 WSJ는 전했다.
르펜 후보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맞붙는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는 오는 24일 열린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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