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국방 장관과 동반 방문…전쟁 발발 뒤 미 최고위급 처음 현장 찾아
젤렌스키 대통령과 심야 회동 뒤 추가지원·신임대사 발표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차병섭 박의래 기자 = 미국의 외교와 국방 수장이 함께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방문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4일(현지시간) 밤 키이우를 방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추가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는 2월24일 러시아 침공 이후 미국 정부 최고위급 인사의 첫 우크라이나 방문이다.
블링컨 장관은 키이우에서 25일 오전 폴란드로 돌아와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권보다 오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전쟁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성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 차관 3억2천200만 달러(약 4천억원)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로 현재 슬로바키아 대사인 브리지트 브링크를 지명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직업 외교관인 브링크는 2019년부터 슬로바키아 대사로 일하고 있으며 이전에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사이프러스, 조지아,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일했다. 우크라이나 대사는 미국 상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러시아 침공 직전 폴란드로 철수했던 자국 외교관을 이번 주부터 복귀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단 서부 르비우(리비우) 지역에서 일할 예정이다.
블링컨 장관은 "2주 안에 키이우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전쟁 후 키이우를 찾은 유럽 정상들처럼 폴란드에서 기차를 타고 우크라이나로 들어갔다. 우크라이나 영공은 피격 우려 탓에 사실상 항공기가 뜰 수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최근 '2단계 작전'을 선언하고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과 남부의 해안선을 따라 군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전 지역의 전투가 격렬해지고, 인도적 참사 피해도 점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국무·국방장관의 방문은 추가 지원을 발표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전쟁 중인 키이우를 직접 방문함으로써 '적국' 러시아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블링컨 장관은 25일 이번 방문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우크라이나 정부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직접 보여줄 기회였다"며 "이렇게 직접 만나 자세히 대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는 일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계속 잔혹한 행동을 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인은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키이우 길거리에서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봤으며 이는 우크라이나가 키이우에서 승리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도력과 미국 정부의 지원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전했다.
애초 미국 백악관과 정부는 두 장관의 우크라이나 방문 사실을 명확히 확인하지 않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23일 "내일 미국에서 사람들이 온다. 미국 국무, 국방장관을 만날 것"이라며 '극비 일정'을 흘리면서 미리 알려졌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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