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금수 조치 등으로 경제 타격…전기료 최대 25% 상승 주민 고통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태평양의 지상 낙원'으로 불리는 미국 하와이에도 불똥이 튀었다.
전쟁 여파로 국제시장에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면서 석유 의존도가 높은 하와이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4일(현지시간)일 보도했다.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하와이 경제가 타격을 받았던 2000년대와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하와이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석유 의존도가 가장 높아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 직격탄을 맞는다. 하와이에 공급되는 석유 대부분은 수입산이며, 러시아산이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2019년 기준 하와이 에너지 소비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85.6%로 압도적이다. 이밖에 신재생에너지 9.7%. 석탄이 11.3%였다.
같은 해 미국 전체의 석유 의존도는 36.8% 수준이었다. 천연가스 32.1%. 신재생에너지 11.3%, 석탄 11.3%. 원자력 8.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석유 의존도가 높은 버몬트주(56%)도 하와이와는 격차가 크다. 하와이의 석유 의존도가 월등히 높은 것은 자동차 연료 외에 다른 여러 분야에도 석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미국 대부분 주와 달리 하와이는 석유를 전력발전용으로 사용한다. 하와이 전력공급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66% 이상이다. 본토를 오가거나 하와이 내 섬 간 이동을 위한 비행기 연료로도 석유를 쓴다.
하와이 내 유일한 정유 업체인 파하와이는 지난달 4일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고 북미와 남미 지역에서 다른 공급원을 찾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 회사 에릭 라이트 회장은 "이번 결정이 하와이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지만, 하와이 주민들은 고통을 겪고 있다.
하와이주는 미국에서 석유 가격이 캘리포니아주 다음으로 높고, 전기료는 가장 비싸다. 하와이의 전력업체 하와이안일렉트릭은 전기료가 오하우섬 10%, 마우이와 하와이섬(빅아일랜드) 20%, 몰로카이섬은 25%까지 오를 수 있다고 지난달 밝혔다.
하와이주는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에너지를 다각화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하와이주는 2045년까지 발전량 100%를 청정에너지로 충당하도록 의무화하는 목표를 2007년 세웠고, 2015년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노력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와이는 인구수 대비 전기차가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고, 옥상 태양광 보급률은 가장 높다.
주민들이 값비싼 석유 가격을 감내해왔고, 환경문제에 있어서는 초당적인 협력이 이뤄졌다는 점 등 하와이가 국제에너지 시장의 폭풍을 헤쳐나가는 데 유리한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간단치는 않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하와이의 자연환경 보호를 이유로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 등을 막는 규정 등 장애물이 많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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