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계열주 줄줄이 추락…실적 실망과 금리 상승 영향
은행주, 금리 오름세에 최대 실적·주주친화적 정책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김아람 이미령 기자 = 미국의 강도 높은 긴축 움직임에 국내 증시에서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 등 대표 성장주들이 일제히 하락한 반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하는 은행주들은 약세장에서도 비교적 선방했다.
네이버는 장중 28만8천원으로 52주 신저가를 새로 쓰고 3.83% 하락 마감했다. 카카오는 사흘째 약세를 이어가 9만원 밑으로 내려갔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 카카오 계열 상장사들이 2∼4% 이상씩 떨어지면서 최근 나흘 연속 동반 약세를 이어갔다.
시장에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에 따른 시장 금리 상승세가 증시 할인율을 높여 가치평가(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주면서 성장주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네이버가 내놓은 연결기준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8천452억원, 3천18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NH투자증권은 네이버 목표주가를 기존 55만원에서 41만원으로, 현대차증권은 55만원에서 50만원으로 낮췄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보기술(IT) 업체들은 인건비를 올려 올해 실적 성장 전망이 부정적이고, 금리인상에 따른 성장주가 조정을 받아 목표주가를 하향했다"고 밝혔다.
반면 은행주들은 약세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나흘간 상승세를 이어온 신한지주는 이날 장중 오름세를 보이다가 시장 약세에 약보합으로 전환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닷새 연속, 나흘 연속 상승한 뒤 이날 각각 3%, 2% 넘게 조정을 받았고, 기업은행은 약보합으로 마쳤다.
올해 1분기 금리 상승으로 이자 이익이 불어나면서 국내 주요 금융그룹은 최대 이익을 거뒀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금융그룹의 1분기 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은 5조2천362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규모이자 분기 기준으로 처음 5조원을 넘어섰다.
개별 그룹 1분기 순이익은 ▲ KB금융[105560] 1조4천531억원 ▲ 신한금융 1조4천4억원 ▲ 하나금융 9천22억원 ▲ 우리금융 8천842억원 ▲ NH농협금융 5천963억원이다.
KB·신한·우리금융의 순이익은 작년 1분기보다 각 14.4%, 17.5%, 32.5% 늘어 분기 최대 기록을 세웠고, 하나금융도 역대 최대는 아니지만 1년 전보다 8.0% 증가했다.
증권사들은 은행주들이 당분간 양호한 실적 흐름과 배당 등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올리고 매수를 추천했다.
한국투자증권(5만5천원→6만2천원), 하나금융투자(5만6천원→5만9천원), 한화투자증권(5만4천원→5만6천원) 등은 신한지주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 조정했다.
하나금융투자는 KB금융 목표주가를 7만8천500원에서 8만3천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7만2천원→8만원으로 각각 올렸다.
하나금융지주 목표주가도 한국투자증권은 6만2천원에서 6만9천원으로, 하이투자증권은 6만원에서 6만1천원으로 상향했다.
우리금융지주 목표주가는 한국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일제히 2만2천원으로 올렸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4개 금융지주 실적 개선은 순이자마진(NIM) 상승에 의한 이자이익 증가 덕분"이라며 "대출 증가세는 둔화한 모습이나 마진이 크게 상승하면서 높은 이자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4개사 모두 대손비용률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자산건전성 지표도 양호하다"며 "충당금 비용이 하향 안정된 상황에서 마진 상승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가파른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부실 증가 우려 등은 여전하지만 순이자마진 개선과 비이자수익 증가를 통해 은행들의 실적이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은행 지주들의 배당 성향 개선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정책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의 보유 자사주 1천500억원 소각과 신한지주의 자사주 1천500억원 매입 소각 예정 등 은행 지주의 자본정책은 주주가치 제고라는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배당 측면에서 지난해 신한지주는 분기 배당, KB금융과 우리금융지주는 반기 배당을 각각 했으며 KB금융은 올해부터 분기 배당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김 연구원은 "국내 은행주가 배당 성향 상향과 지급 빈도 확대, 자사주 정책 등 할인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수년간 지속적으로 보여왔다"며 "이런 것들이 투자 심리 개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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