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재선에 서방 안도…"대러시아 전열 망가졌을 수도"

입력 2022-04-25 16:07   수정 2022-04-25 17:49

마크롱 재선에 서방 안도…"대러시아 전열 망가졌을 수도"
프랑스는 나토·EU·G7·안보리 대들보…"친러 극우에 넘어갈 뻔"
'대러 제재 반대' 르펜도 지지율 41%…유럽곳곳 극우 건재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24일(현지시간) 재선 성공에 서방 국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친러시아 극우 인사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가 당선됐다면 러시아에 맞선 서방 단일대오가 붕괴 위기에 몰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중심으로 국제질서를 떠받치는 대들보 가운데 하나다.
서방식 자유 민주주의로 결성된 가치 공동체인 유럽연합(EU), 서방 안보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가입된 핵무장국이다.
경제를 중심으로 국제현안을 주도하는 최고 선진국 모임인 주요 7개국(G7) 회원인데다가 국제 평화와 안전을 책임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안건 거부권을 지닌 상임 이사국이기도 하다.
르펜 후보는 EU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나토에서 프랑스의 역할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이번 대선에 나섰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반대하고 전쟁이 끝난 뒤 러시아와 전략적 화해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르펜 후보가 엘리제궁에 입성해 EU, 나토, 유엔, G7에서 어깃장을 놓으면 서방의 정책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위기였다.
당장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맞서도록 무기와 재정을 지원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중단하도록 제재를 가할 전열이 흐트러진다.
미국 CNN방송은 "나토 동맹국과 EU 관리들이 대서양 관계(미국과 유럽의 우호관계)가 파괴될까 봐 노심초사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프랑스는 특히 서방국가의 협력을 주도하는 미국의 대외정책 운용에 각별히 소중한 존재였다는 점을 주목했다.

프랑스가 서방의 주축이면서도 전통적으로 자유로운 외교를 추진해 이란, 중국, 러시아 등과 서방의 가교 구실을 해왔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하며 전통적 협력관계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안도감을 에둘러 내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프랑스는 우리의 가장 오래된 동맹이며 글로벌 난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 협력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등 긴밀한 협력을 계속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승리로 서방이 한숨을 돌리기는 했으나 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것과는 아직 거리가 먼 상황이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이번 대선 결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58.54%, 르펜 후보는 41.46% 지지를 얻었다.
이는 국민 5명 가운데 2명 이상이 르펜 후보의 친러시아 극우 성향을 최소한 용인하고 일부는 적극적으로 옹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대선 결선 때 득표율 66.10%로 르펜(33.90%) 후보를 32.20%포인트 차로 제쳤으나 이번에는 그 격차가 17.08% 포인트로 줄어들었다.
이는 이번 선거 결과를 맥락 없이 보면 마크롱 대통령의 완승이지만 추세를 함께 본다면 극우의 약진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CNN은 "르펜이 프랑스에서 많은 지지를 받는 인사로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며 "러시아로서는 핵심 유럽국가에서 분열을 일으킬 소중한 인사를 계속 보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펜 후보는 EU를 혐오해 EU를 탈퇴하는 차원을 넘어 EU를 장악해 다른 국가의 극우 정파들과 함께 주도하겠다는 비전까지 거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방 국가로서는 르펜의 이 같은 야심 때문에 EU 회원국 내에서 활동하는 극우정파 득세에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폴란드는 러시아를 경계하는 점에서 다르지만 르펜 후보와 성향이 비슷한 극우 포퓰리스트 정파인 법과 정의당(PiS)이 집권하고 있다.
헝가리에서는 친러 권위주의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극우정파 피데스가 이달 초 의회선거에서 완승해 집권을 연장했다.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네덜란드의 자유당(PVV), 오스트리아의 자유당(FPO), 이탈리아의 동맹(Lega) 등도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기세가 죽기는 했으나 재도약 기회를 엿보고 있다.
CNN은 "서방에 마크롱의 연임이 큰 안도이기는 하지만 경종이 울린 순간이기도 하다"며 "극우세력이 계속 득세하면 5년 뒤에는 지금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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