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봉쇄 한달] ② 5.5% 경제 성장은 잊어라…금융시장 흔들

입력 2022-04-26 11:00   수정 2022-04-26 11:05

[상하이 봉쇄 한달] ② 5.5% 경제 성장은 잊어라…금융시장 흔들
'경제수도' 봉쇄 장기화에 팬데믹 후 최대 피해
미중 통화정책 디커플링에 돈 푸는 데도 한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제로 코로나 정책의 조정 여부가 향후 수개월간 (중국) 경제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루팅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추가 경기 부양 정책이 나와도 큰 도움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내린 진단이다.
2020년 우한 사태 때를 이미 넘어선 최악의 코로나19 감염 파도가 중국을 덮쳤다. 이제는 부동산 침체도, 우크라이나 전쟁도, 빅테크 규제도 아닌 코로나19가 중국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절대 변수로 떠올랐다.
◇ 은밀한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폭증한 '제로 코로나 비용'
인구 2천500만명의 거대도시이자 금융·물류 허브인 상하이의 장기 봉쇄는 기존 다른 도시 봉쇄 사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 경제에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경제 매체 차이신은 "중국 제1의 경제 도시이자 소매판매액 전국 1위인 상하이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항구를 보유하고 있어 중국 경제에서 특히 중요한 곳"이라며 "엄격한 봉쇄는 시민 생활물자 공급에 지장을 줬을 뿐만 아니라 이미 일대 광역 경제권 공급망을 단절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상하이 봉쇄 충격은 상하이를 넘어 중국 최대 광역 경제권인 창장삼각주 전반에 미친다. 창장삼각주는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한다.
이에 따라 중국이 올해 목표한 5.5%의 성장률 달성은 물 건너갔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9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8%에서 4.4%로 내렸다.
3%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노무라증권은 기존의 4.3%에서 3.9%로 낮췄다.
중국 경제 내 비중이 큰 상하이가 피해 중심지가 됐다는 점 외에도 오미크론 변이가 추적이 어렵고 높은 감염력을 지녔다는 점도 중국 경제에 이전과 차원이 다른 충격이 가해진 중요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감염자 발견 즉시 해당 지역을 봉쇄하고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통해 감염자와 밀접 접촉자들을 격리하는 기존 방식이 오미크론 변이 앞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으면서 '제로 코로나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루 이코노미스트는 "오미크론 변이는 전염성이 강해 동태적인 제로 코로나를 달성하기 어렵고 비용이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2020년 팬데믹 이후 특정 도시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난 코로나19 확산 현상이 오미크론 변이 유입 후에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큰 차이다.
여러 지역에서 전면 또는 부분 봉쇄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중국 전역에서 심각한 공급망·물류 마비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상하이를 포함한 중국 45개 도시에서 전면 또는 부분 봉쇄가 진행 중인데 봉쇄 지역의 인구와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각각 25%, 50%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왔다.
3월부터 선전, 상하이, 창춘 등이 봉쇄되고 나서 코로나19 충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것은 소비다. 3월 소매판매는 증가율은 -3.5%로 우한 사태 후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중국식 봉쇄가 공급과 수요 모두에 충격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최대 성장 엔진인 소비를 장기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봉쇄는 여러 대형 기업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중소 자영업자, 서비스업 종사자, 일용직 노동자, 공유차량 기사 등 인터넷 플랫폼과 연계된 임시직 노동자 등 수많은 주민의 수입 급감으로 이어져 소비 활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진이 궈하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발병·봉쇄 기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어서 봉쇄가 끝난 후에도 수요 충격은 계속될 것"이라며 "소비 충격은 4∼5개월, (당국의) 인프라 투자 제약은 2개 분기에 걸쳐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5월 상순 안에 코로나 잡아야 5.5% 성장 목표 달성"
중국 정부가 봉쇄 중에도 우선 상하이의 자동차, 반도체, 바이오 등 핵심 산업 기업 666개부터 '폐쇄 루프' 방식으로 가동을 재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곳곳에 지뢰밭처럼 산재한 봉쇄 지역을 막힘 없이 다닐 수 있는 '전국 통용 통행증'을 발급해 물류에 숨통을 틔워주는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상하이시는 물론 쑤저우, 쿤산 등 창장삼각주 일대의 공급망과 물류가 전체적으로 마비된 상황이어서 업종별로 공급망 최정점에 있는 업체들을 먼저 가동하게 해 줘도 부품, 원자재 부족 등의 문제로 원활한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정책의 수혜로 공장을 가동하게 된 테슬라도 상하이 공장이 보유한 재고가 1∼2주일 치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내부에서는 이처럼 어려운 여건에서 올해 5.5%의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하려면 더욱 강도 높은 부양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올가을 20차 당대회를 통해 3연임을 공식화할 예정이어서 중국은 어느 해보다 경제 안정이 절실하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장기 봉쇄 속에서 2천500만 상하이 시민들은 당장 먹을 식료품 공급을 정상화해달라고 아우성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봉쇄가 풀리고 나서부터야 드러날 심각한 민생 위기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인 왕이밍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부주임은 24일 포럼에서 "5월 상순 안에 코로나19를 통제하고 더욱 강도 높은 거시경제 정책으로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함으로써 2분기 성장률부터 5%대로 돌려놓는 것이 올해 5.5% 성장 목표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하지만 미중 통화정책 탈동조화(디커플링) 상황에서 중국이 통화 완화를 통해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데도 이제 거의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은 작년 12월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를 기점으로 '안정 최우선' 경제 정책 기조를 정하고 나서 각각 두 차례씩 사실상 기준금리와 지준율을 낮췄다.
시장에서는 이미 '실탄'을 상당 부분 소진한 인민은행이 기껏해야 지준율과 금리를 한 번 정도 더 인하할 여력이 남아 있다고 보는 관측이 제기된다.
봉쇄 장기화로 인한 경제 전망 악화와 미중 통화 디커플링 심화로 중국 외환·금융 시장에서도 최근 들어 불안이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25일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달러당 6.6위안을 넘어 2020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오른 것은 상대적으로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 것을 뜻한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이달 들어서만 3% 이상 급락했다.
봉쇄로 인한 불안감 확산 속에서 환차손까지 부를 수 있는 위안화 가치 급락 현상이 나타나면서 외국인들은 적극적으로 위안화 표시 자산을 매각 중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3월에만 중국 채권 보유액을 1천125억위안(약 21조4천억원) 줄였다.
상하이 봉쇄에 이어 베이징에서까지 부분 봉쇄가 시작된 25일 상하이종합지수는 5% 이상 폭락했다. 이날 홍콩-상하이 주시 교차 거래 시스템을 통해 외국인은 중국 본토 상장 주식을 44억 위안(약 8천3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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