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또는 무효표 300만장 이상…53년만에 최저 결선 투표율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임 성공으로 막을 내린 올해 프랑스 대통령선거는 '낮은 투표율'과 '많은 무효표'로도 특징 지을 수 있다.
선택할 수 있는 후보가 마크롱 대통령과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밖에 없지만 둘 중 누구도 뽑기 싫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중도 성향의 마크롱 대통령과 극우 성향의 르펜 후보가 5년 만에 다시 대결한 결선 투표율은 72.0%를 기록해 1차 투표 때보다 1.7%포인트 낮아졌다.
등록 유권자 4천875만명의 28%에 해당하는 1천366만명이 투표장에 가지 않고 기권했다는 뜻인데, 이는 르펜 후보를 뽑은 유권자보다 약 36만명 많은 것이다.
프랑스가 대선 결선 제도를 도입한 1965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결선 투표율이다.
역대 최저 결선 투표율은 프랑스 제5공화국 초대 대통령인 샤를 드골의 사임으로 대선을 치른 1969년에 나온 68.9%였다.
당시 우파 진영에서 조르주 퐁피두가, 좌파 진영에서 알랭 포에르가 후보로 나와 결선에 진출했다.
올해 대선 결선에서는 프랑스 본토보다는 해외영토에서 투표율이 확연히 낮았다.
과들루프, 마르티니크, 기아나, 레위니옹, 마요트 등 프랑스 해외영토 129개 코뮌 중 91개에서 투표율이 50% 아래였다고 일간 르몽드가 보도했다.
투표장에 갔더라도 빈 투표용지를 내거나, 무효 처리를 받은 유권자가 각각 223만명, 79만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유권자의 6.4%가 백지표를, 2.3%가 무효표를 낸 셈이다.
이 비율은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가 2017년 처음 결선에서 만났을 때보다는 낮아졌다. 5년 전에는 백지표를 제출한 유권자 비율이 8.5%, 무효표를 제출한 비율이 3.0%였다.
낙서, 훼손 등으로 무효 처리를 받은 용지에는 펜으로 "어느 쪽도 아님"이라고 쓰여 있거나 용지를 찢어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의 이름을 하나로 합쳐놨다.
내무부가 무효라고 판단한 표 중에는 1차 투표에서 3위에 그쳐 결선에 진출하지 못한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 이름을 적은 표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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