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새 3차례…트란스니스트리아 관공서·라디오 방송탑·군부대 공격
우크라 "러 계획된 도발"…친러 소식통 "우크라 출신 3명이 테러" 주장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김연숙 김지연 기자 = 몰도바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있는 친러시아 성향의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란스니스트리아 경찰은 자칭 '수도' 티라스폴의 국가보안부 건물에 25일 로켓추진수류탄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이 잇달아 발생했다고 밝혔다.
트란스니스트리아 내무부는 페이스북에서 건물 창문이 깨지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어 이날 26일에는 그리고리오폴스키 지역의 라디오 방송탑 두 개도 파괴됐다고 내무부는 밝혔다.
이날 오전 6시 40분과 7시 5분에 연달아 폭발이 일어나 라디오 방송탑이 부서졌다. 이 사고로 인한 부상자는 없었다고 당국은 밝혔다.
두 번째 공격 후 트란스니스트리아 안전보장회의는 티라스폴 인근 파르카니 마을의 군부대에 '테러 공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테러 위협 단계를 레드로 격상하고 추가적인 보안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정보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틀새 세 차례 공격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은 최고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다.
현재까지 관련해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고, 공격의 배후도 확인되지 않았다.
인구 47만명의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소련 붕괴 이후 분리독립을 선언, 1992년 몰도바와의 전쟁을 거쳐 현재 친러 성향의 분리주의 세력이 통제하고 국가 수립을 선포했다.
하지만 법률상 여전히 몰도바의 영토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러시아군 1천500여명이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주둔하고 있으며 이들 병력은 서쪽에서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는 데 동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몰도바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오늘 사건의 목적은 헌법기관이 통제하지 않는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의 안보 상황을 악용할 구실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의 "계획된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구실로 러시아가 군사행동을 확대하려는 '가짜 깃발' 작전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은 트란스니스트리아 지도부가 이미 며칠 전부터 건물에 벙커를 설치하려 하는 등 수상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CNN에 밝혔다.
국방정보국은 "확실히, 이번 사건은 공황을 유발하고 반 우크라이나 정서를 주입하기 위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꾸민 도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는 트란스니스트리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에서 온 3명이 국가 보안부를 향해 테러를 감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몰도바와 트란스니스트리아를 분쟁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가 트란스니스트리아 상황과 관련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고,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이 몰도바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며 관련해서 입장을 내놓기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군 중부군관구 부사령관 루스탐 민네카예프 준장은 22일 러시아군의 목표가 우크라이나 남부지역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트란스니스트리아로 가는 출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를 지나 몰도바까지 세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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