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표현의 자유 절대주의자' 자부…기존 미디어 규제 틀 깰 수도
"머스크, 사회·정치적 막대한 권한 가지게 돼"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세계 최고 부자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2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트위터 인수에 성공하면서 '온라인 권력'까지 손에 쥐게 됐다.
2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한 글로벌 SNS 플랫폼을 품에 안음으로써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위치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SNS에서 확산한 화제와 여론은 온라인에 그치지 않고 기성 언론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오프라인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의 결정에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교차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인수에 대해 "트위터 소유권은 머스크에게 사회, 정치적 이슈에 대한 막대한 권한을 부여한다"고 평가했다.
머스크가 이제 단지 돈만 많은 부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세계 최고 부자가 SNS 통제권을 갖게 됐다"며 "앞으로 수십억 명이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재구성하는 것을 포함해 향후 몇 년 동안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 이사회가 400억 달러(약 55조 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자 성명을 내고 "트위터는 인류 미래에 필수적인 문제들이 토론되는 '디지털 마을 광장'(digital town square)"이라고 밝혔다.
'머스크의 트위터'는 기존 미디어 규제와 규범의 틀을 벗어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 절대주의자'라고 자칭하며 트위터를 '확' 뜯어고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머스크가 현재까지 제시한 계획은 ▲트위터의 콘텐츠 규제 완화 ▲트위터의 비상장회사 전환 ▲트위터 알고리즘의 오픈소스 전환 ▲스팸 발송용 프로그램인 '스팸 봇' 퇴치 ▲구독 기반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광고 차단 ▲트위터 편집 기능 추가 및 글자 수 제한 완화 등이다.
이러한 머스크의 계획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콘텐츠 규제 완화다.
머스크는 트윗 삭제, 계정 영구 금지 등의 조치에 신중해야 하고 계정 일시 중단 등의 조치가 낫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성명에서 "언론의 자유는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 기반이고 트위터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며 "나는 이를 잠금 해제하기 위해 트위터 및 이용자 공동체와 함께 일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비상장회사 전환도 트위터를 '표현의 자유'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머스크의 계획과 맞물려 있다.
제도적 규제와 주주의 요구 사항에 노출된 상장회사보다 비상장회사가 변화를 추진하기에 훨씬 쉬운 여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8천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머스크가 트위터를 사실상 개인 소유화하는 데 대해 벌써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변덕스럽기로 유명한 머스크가 이 플랫폼으로 무엇을 할지, 그의 행동이 전 세계 온라인 담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복원 문제는 정치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큰 쟁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계정은 작년 1월 미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폭력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트위터에서 퇴출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남을 것이고 트위터로 다시 옮기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흑인 인권단체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는 이날 당장 성명을 내고 트럼프 계정 복구를 무조건 허용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백악관 젠 사키 대변인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대해 직접적인 논평을 자제하면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은 SNS 플랫폼이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는 힘에 대해 오랫동안 우려해왔다"고 견제했다.
아울러 머스크가 콘텐츠 규제 정책을 풀면 트위터에서 가짜뉴스와 극단주의 주장이 횡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SNS 전문가인 코넬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브룩 에린 더피 교수는 "(머스크가 인수한 뒤) 트위터의 콘텐츠 규제를 없애려는 노력은 사용자에게 최대한 안전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트위터의 (기존) 약속을 좌절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그동안 자신을 비판하거나 반대할 경우 대상을 가리지 않고 조롱하고 공격해왔다는 점에서 그가 말하는 표현의 자유가 '방종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머스크는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이날 트위터에 자신에 대한 최악의 비판자들도 트위터에 남기를 바란다면서 그게 바로 표현의 자유라는 트윗을 올렸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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